정국 주도권 잡고 차기 권력도 견제
이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또 개헌론이라는 포탄을 세종시 전장의 한복판에 던져놓았다. 그런데 세종시 정국에서도 야당 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그림자에 눌려 지내던 민주당은 개헌론 정국이 오더라도 엑스트라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아직 변변한 대권주자조차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개헌론은 머나먼 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헌이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호재가 돼 ‘세종시 드라마’ 이상의 시청률을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전쟁의 패배를 개헌론으로 희석시키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는 ‘차기 권력’ 박 전 대표에게 향하는 시험 포탄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권력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권력 시스템만 손질하자는 원 포인트 개헌의 경우 친이 주류의 ‘내각제’ 내지는 ‘이원집정부제’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중임제’와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인 안경률 전 사무총장은 최근 “이원집정부적인 형태를 한 번 거쳐서 내각제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 후계구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원집정부제 정도로만 개헌을 해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과 같은 차기 주자를 내세워 당권으로 의회권력을 잡고 박 전 대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력을 양분하는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1987년 이래로 역대 정권의 개헌 시도가 성공한 예는 없다. 언제나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그림’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정국 주도권을 잡아 야당뿐 아니라 차기 권력을 견제하며 자신의 권력 안전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확실한 차기 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반쪽’이라도 먹는 개헌에 호의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개헌을 고리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연대’해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킬 수도 있는 다목적 카드로도 쓰일 수 있다. 여기에 개헌 반대가 불 보듯 뻔한 박 전 대표의 ‘무조건 노’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 고착화도 이 대통령이 즐길 수 있는 ‘박근혜 흔들기’의 한 방법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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