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동작구청장에 도전장을 낸 김숭환 예비후보(70·한나라당)는 ‘양복점 사장님’ 출신이다.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서울로 상경한 그는 재단사 일을 시작해 40년간 양복 만드는 일에만 매진해왔다. 그래서 동작구 곳곳을 누비며 명함을 건네는 김 후보가 만나는 이들 중엔 단골손님들도 적지 않다. 선거운동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단골 고객들의 양복 주문은 ‘밤을 새서라도’ 만들고 있다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신동우 화백도 그의 단골고객들이었다.
동작구청장은 3월 12일 현재 예비후보자만 17명에 달해 서울시 구청장 중 관악구(19 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다소 고령의 나이지만 그동안 구의회 의원과 의장을 거치며 ‘정치경력’을 쌓은 김 후보는 역대 구청장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지키지 못했던 동작구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 구청장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정치인 출신이 가장 많지만 변호사, 의사·약사, 언론인, 종교인 등 꽤 다양하다. 이들 중엔 김숭환 후보처럼 평범하지만 지역민들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 구로구청장 이성 예비후보(53·민주당)는 지난 2001년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으로 재직하던 중 휴직계를 내고 가족과 함께 1년간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이력이 있다. 당시 전세금 9000만 원을 빼서 배낭여행을 떠났던 이 후보의 도전담은 공무원 세계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 그는 45개국의 여행기록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1999년 ‘돈바위산의 선물’이라는 글로 월간 <문학세계>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미술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한 적도 있을 만큼 글재주와 그림솜씨도 탁월하다.
그는 구로구청장에 도전하며 “배낭여행 경험을 행정에 접목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흥미롭게도 3선에 도전하는 현 양대웅 구청장과는 서울시 공무원 선후배 사이여서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이성 후보는 민주당이 오래 전부터 영입에 공들여 ‘모셔온’ 인사다.
서울 종로구청장 남상해 예비후보(한나라당)는 종로구 부암동의 중국음식점 ‘하림각’ 회장이며, 용산구청장 원건호 예비후보(한나라당)도 삼각지에 있는 양곱창 전문점 ‘평양집’ 대표로 지역구에서는 유명인사다. 이외에 부산진구 구청장 예비후보 강치영 씨(47·한나라당)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산·경남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박영진 씨(52·무소속)도 서울시장 선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눈에 띄는 예비후보들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