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렸던 외국인 플리마켓.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제주지역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을 둘러싼 제주도와 도의회의 법적공방에서 도의회가 승소했다.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 도민문화시장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조례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제주지역의 플리마켓 안에서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팬매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를 인정받게 됐다.
‘도민문화시장 육성 및 지원 조례’는 ‘플리마켓(Flea market)’으로 알려진 도민문화시장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김태석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플리마켓 조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도의회가 지난해 3월 제주도의 요구를 거부하고 조례를 원안대로 다시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도의회는 2016년 12월 플리마켓으로 통용되는 도민문화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지원 근거 등을 담은 플리마켓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제주도는 조례의 일부 조항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월 재의결을 요구했다.
이 조례에는 플리마켓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을 ‘제주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 및 이를 가공·조리한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당 조항이 현장에서 가공하거나 조리한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처럼 해석될수 있어 상위법인 식품위생법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의회는 조례가 시행되더라도 가공·조리식품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접객영업신고를 해야 판매할 수 있는 데 제주도가 조례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임시회에서 재의결로 맞섰다.
결국 이에 대해 제주도가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지난 2일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렸던 외국인 플리마켓.
‘플리마켓 조례’에 대해 제주도는 세 가지 사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조례의 근거법령이 ‘유통산업발전법’인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둘 째는 해당 조례안이 제주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가공조리한 식품에 대해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한 신고의무 및 설치기준 등을 따르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법 제22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조례가 도민문화시장을 개설하려는 자에게 법률의 위임 없이 시설기준의 준수 및 신고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법을 위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조례안이 유통산업발전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도민문화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공․조리 식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신고의무와 시설기준 등에 대해 상위 법령인 식품위생법령의 적용을 받고, 조례안 규정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가공․조리 식품에 대해 식품위생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식품위생법령과 모순․충돌되는 규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시설기준의 준수 및 신고의무 부과 조항은 법률의 위임에 따라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지방자치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결국 제주도정이 제기한 조례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법원에서 법률위반이 없는 사항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 행정 편의적인 조례 해석과 관계 공무원들의 처신이 불필요한 행정력과 도민혈세를 낭비하면서 도민문화시장의 열기를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플리마켓을 행정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조례 대표 발의자인 김태석 의원은 “행정이란 우선적으로 도민의 입장에서 도민을 위한, 행정의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채 1년 6개월의 시간을 소모해 버린 도정에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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