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난 거리가 많이 나가니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언제나 가장 멀리 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있었던 것. 어쩌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불만족스러울 때면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욕심이 앞을 가리곤 했다. 특히 스윙이 잘 되지 않을 땐 이 ‘장타병’이 큰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는 OB에다 일관성 없는 샷 등으로 시합 중 경험한 그 황당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악몽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전후로 2년여 동안 골프채를 놓고 난 후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예전 감각을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딱 한가지 부분에선 커다란 발전이 있었다. 바로 ‘장타병’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 거리가 줄다보니 가장 멀리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여유로운 골프를 즐기게 되었다. 거리를 많이 내는 것보다 정확성에 치중하는 바람에 일관성 없던 샷도 많이 향상되었고 OB에 대한 두려움도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이 ‘장타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남성 골퍼들은 드라이버 비거리로 힘 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듯 연습장에 들어서자마자 드라이버를 빼어들고 휘두르기도 하고 첫 홀 티샷 때부터 타이거 우즈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젖 먹던 힘을 다해 공을 내려친다. 그리고 코스 공략상 드라이버 샷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다른 아이언이나 우드로 티샷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장타를 치려는 욕심은 스윙이 잘 될 때나 경직된 몸이 풀렸을 때는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샷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골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장타병’을 버려야 한다. 비거리는 엉뚱한 자기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골프를 조금 더 쉽고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일 뿐이다. 그리고 거리가 많이 나고 적게 나는 것의 차이는 체격이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이 풀리기 전에 가볍게 스윙리듬을 잡아가고 코스에 따라 현명하게 공략해 나가는 싱글 골퍼가 될 것인지, 무턱대고 거리에만 집착하는 보기 플레이어가 될 것인지는 작은 생각의 차이에 달려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