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러시아로 의료봉사 출발 기념사진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1919년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한해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재단이 청소년 회원들과 함께 중국 만주 일대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의료봉사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심을 끈다.
그린닥터스는 여름철 해외의료봉사활동을 위해 ‘중국-러시아 역사문화 탐방 및 연추 의료봉사단(단장 정근 이사장)’을 꾸려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중국 용정,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등을 찾는다.
이번 의료봉사 및 역사탐방단에는 정근 온종합병원 이사장(안과), 오무영 부산백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 전병찬 동남권의학원 신경외과과장 등 의료진을 비롯해 방학을 맞이한 중고생 17명 등 모두 38명이 동참한다.
봉사단은 크라스키노 일대에서 독립운동 후손들인 고려인 3, 4세들을 위해 무료 진료활동을 벌인다. 특히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취지에 공감한 컴퓨터 보안 솔루션 및 신약 개발기업인 (주)바이오닉스진(대표 한일주)이 최신 노트북 피시 여러 대를 기증했고,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이를 고려인 후손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그린닥터스는 옌지 용정에서 민족시인 윤동주 선생의 생가를 비롯해 대성중학교, 용두레, 비암산, 혜란강 등을 방문해 당시 일재 치하 때 이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조들을 기리게 된다.
본격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게 될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지역 역시 의병훈련소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그린닥터스 봉사단원들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과 안중근 의사의 ‘겨레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안중근 의사가 일제 폭정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하기에 앞서 크라스키노에서 12명의 동지들과 함께 손가락을 칼로 베어 혈서로 마음을 다잡았던 ‘단지동맹비’가 세워져 있다.
또 ‘시베리아의 난로 최 페치카’로 불리는 독립투사 최재형 선생도 크라스키노를 근거지로 삼아 독립운동을 펼쳤다. 1860년 함경도 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최재형은 지독한 가난 탓에 겨우 열한 살 나이에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다.
사업에서 번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학교를 세워 배움의 기회를 주는 등 러시아 한인들의 삶에 희망의 상징이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최재형은 마침내 조국의 독립운동에도 제 한 몸 기꺼이 던졌다.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으로 조국이 위기에 처하자, 연해주 곳곳에 흩어져 있던 의병들을 규합해 두만강 일대를 누비며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이때 최재형 선생과 함께 했던 의병 중 한 사람이 바로 안중근 의사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이번 여정에 포함된 러시아 하산지역은 ‘새벽 닭 울음소리가 세 나라(북한-러시아-중국)에 들린다’고 할 만큼 국제도시로서의 입지를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면서 “앞으로 남북 및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그린닥터스도 하산과 훈춘, 북한 나진선봉지구 일대에서 의료를 통한 인도주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옛날 독립투사들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작은 이바지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