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부회장
[일요신문] 요즘엔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을 정도의 기기가 되어 버렸지만 80년대에만 해도 타자기 라는 것이 있었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아닌 이미 금형으로 만들어진 글자 모양이 자판을 누르는 순간 날아와서 찍히는 신기한 기기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다.
하지만 타자기는 한번 잘못 입력한 부분을 깔끔하게 수정할 수 없었고 종이를 덧대거나 잘못 입력했다는 표기를 한 후 뒤에 글을 적었다.
이러한 타자기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 아래한글 이라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언제든지 글을 수정할 수 있고, 이를 프린터에 연결하기만 하면 종이에 인쇄된 깔끔한 출력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작업을 수정할 수 있고 다시 불러올 수 있으며 복제가 자유롭고 전송이 간편한 ‘디지털’은 지금 우리에겐 그 편리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한 기술이며 당연한 삶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날로그의 회귀에 느낌을 강하게 띈다. 한번 기록되면 바꿀 수 없으며 상대적으로 느린 처리 속도, 그리고 데이터 처리를 합의에 기반을 둔 점도 흥미롭다. 어쩌면 이어령 교수님의 책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합된 디지로그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비록 현재 블록체인에 대해 기술적으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영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중앙화의 관리가 더 효율적이고, 보다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하지만 많은 참여자들이 거래 데이터를 기록하게 되며 이를 모두가 서로가 공유함으로써 강화되는 보안성과 이로 인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가지는 신뢰성은 일부 비효율성을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한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결합,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점도 고무적이다. 소비자 만족에 대해 조언을 끊임없이 구했던 옵저버 파운데이션의 대표로 인해 나는 옵저버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져를 맡게 되었는데, 이 역시 매우 신선한 조합이었다.
날씨, 기상에 대한 데이터를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모집하여 빅데이터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이후 기상 데이터가 판매되면 참여자는 또 한번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집단 지성을 통해 빅데이터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보상은 공정성이 담보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제공한다는 시도에 매력을 느꼈다. 날씨, 기상 자료가 가지는 엄청난 시장규모나, 산업 전반에 주는 큰 영향력 등도 향후 옵저버의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전체인건 일부이건 적절한 기술을 녹여 기존의 비즈니스와 접목하고 이를 통해 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까지 내 기준엔 시장성을 갖춘 유틸 코인은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옵저버와 같은 많은 시도들이 이어지고 다양한 유틸 코인이 자리잡아, 블록체인이 활발하게 쓰일 날을 기대한다.
김준호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부회장 (전 서원대학교 총장, 옵저버 파운데이션(obsr) 경영부분 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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