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효성벤츠타워. 사진=더클래스효성 제공
더클래스효성은 내부 직원의 폭로 글을 보배드림으로 퍼 나른 특정인의 신상을 파악하려 7월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정보제공 청구서를 제출했다. 더클래스효성은 “특정인이 보배드림에 허위 사실을 올리는 등의 적극적인 전파 행위로 더클래스효성과 관련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특정인에게는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이 있다”는 청구 이유를 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이 법적 분쟁 소지를 있다고 판단되면 글쓴이의 신상 정보를 심사를 거쳐 청구인에게 제공한다. 특정인의 신상이 파악돼야 고소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까닭이다.
더클래스효성이 문제 삼은 보배드림의 글은 지난 4월 벤츠 소유주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던 더클래스효성 직원의 내부 고발 글이었다. 이 직원은 “벤츠 본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로 차량을 운송하며 크고 작은 흠집 등이 발생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복원 차량을 1~2% 할인해 유통사에게 넘긴다”며 “더클래스효성은 복원 사실을 숨긴 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복원 차량 판매 때 활용하라고 할인해 준 1~2%를 착복해 왔다”고 적었다.
이런 흠집 등은 차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동차수출입을 담당했던 한 무역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을 수출입할 때 배에 싣거나 내리는 과정에서 추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해상 운송 때 파도가 높아 배 안의 차량끼리 부딪힐 때도 있다. 차량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인근 차량 대기소로 옮겨져 최종 품질 검사를 받는다. 발견된 흠집 등은 판금, 도색 등 복원 과정을 거친다.
현행법상 유통사는 차량의 복원 내용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복원 과정을 거친 차량을 따로 분류해 유통사에게 복원 사실을 알리고 유통사에게 일정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보전해 주거나 고객용 선물을 지원한다. 그 뒤부턴 유통사 몫이다. 유통사는 고객에게 복원 차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하든지 혹은 복원 과정 없었던 차를 좀 더 기다려 정상가에 인수할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 더클래스효성은 그러지 않았다.
이 글은 벤츠 소유주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더클래스효성에서 벤츠를 구매한 소유주 일부는 이 글을 게시판 여러 곳에 뿌리기도 했다. 당시 효성그룹은 이러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되는 음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5월 말 더클래스효성은 구매 고객 일부에게 “더클래스효성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게 차량을 인도 받은 뒤 ‘출고 전 검수(PDI: Pre-Delivery Inspector)’라는 단계를 거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흠집 등 경미한 사항이라도 수리한 내용이 있으면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 허나 최근 일부 고객에게 수리 내역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출고 전 검수 과정에서 안전, 성능과는 무관한 흠집, 스크래치의 도장과 같은 경미한 보정 사항이 있었다고 파악됐다. 보상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각 고객의 차량 수리 내역이 간단히 나타나 있었다.
출고 전 검수 과정에서 복원을 거친 뒤 판매된 차량은 1000대를 넘겼다고 집계됐다. 5월 23일 더클래스효성은 “지난 3년간 판매한 차량 3만 4000여 대 가운데 출고 전 검수 때 수리를 거친 차는 총 1258대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벤츠 소유주는 불만을 터트렸다. 이 고객은 “지난해엔 누적해서 5만 대 팔았다고 나팔을 불더니 문제가 되니까 최근 3년 안에 판매한 3만 4000여 대만 보상을 해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과거 고객 입장에선 우롱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한성자동차와 함께 벤츠 2대 유통사인 더클래스효성은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판매한 6만 8861대 가운데 14.6%인 총 1만 71대를 팔았다. 2017년 매출은 9573억 원에 영업이익 280억 원이었다. 2017년은 좋은 해였다. 매출이 2016년 7572억 원 대비 약 26%인 2001억 원 수직 상승한 까닭이었다. 창립 14년을 맞이했던 2017년 3월 말 더클래스효성은 누적 판매량 5만 대를 돌파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했다.
더클래스효성이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는 하자 내역이 간략하게만 나와 있었다. ‘앞 범퍼 스크래치’ 등의 간단한 내용이었다. 하자보수차량은 하자의 크기에 따라 등급이 각각 나뉜다고 알려졌다. 특정 등급은 차량 절반을 판금, 도색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해졌다. 편지에는 하자 등급이 따로 나와있지 않았다.
범퍼 등 탈부착식 플라스틱 부품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다만 보닛이나 펜더 등은 볼트와 너트로 조립된 강철 도색 부품은 판금 및 도색 때 분해 뒤 재조립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흔적이 남는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의 가치를 판단할 때 보험 처리 안 한 사고차를 알아보는 가장 흔한 방법은 보닛이나 펜더 등의 볼트와 너트 접합 부분에서 분해 흔적을 찾는 일”이라며 “쇠로 된 차량 부품은 분해될 때 스패너 등과 나사가 마찰할 수밖에 없어 부품의 도색이 벗겨진 흔적은 반드시 남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효성그룹 관계자는 “내부 직원 폭로 내용 가운데 출고 전 검수 내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착복 의혹이 문제다. 착복 의혹은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유포한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최근 3년간 판매한 차량 3만 4000여 대만 출고 전 검수 관련 보상 대상으로 정한 건 2014년 관련 법이 개정된 까닭이다. 법령 이후에 판매된 차량만 보상 대상”이라고 말했다.
더클래스효성은 보상으로 복원 차량을 인수한 고객에게 더클래스효성 정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나눠줬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