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한 재밋섬(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도민의 세금으로 제주시 원도심에 100억원대의 ‘재밋섬’ 건물 매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끓이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매입은 지난달 17일 제362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법적 절차 위반 문제가 제기되며 계약이 전면 중단됐다.
재단은 논란이 계속되자 1차 중도금 10억원을 ㈜재밋섬파크에 지급한 상태에서 지난달 20일 예정됐던 2차 중도금 60억원의 납부를 연기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2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재밋섬 매입, 경제 정의에 부합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최근 도내 문화예술단체 등에서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나 상반되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았다”면서 “제주열린공간연대가 밝힌 성명서 내용 중, ‘도민의 혈세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지하 4층 지상 12층의 오피스텔 건물을 지으려면 현존 건물은 철거해야 한다. 현 건물을 철거할 것을 전제로 했다면, 건물 값은 철거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마이너스이고, 땅값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어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은 결과 토지가격은 공시지가의 2배로 평가할 때 약 3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 제주문화예술재단은 100억원에 건물을 매입하고 약 60억원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하는 등 약 16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문제의 건물은 2008년도에 법원 경매에서 무려 5차례나 유찰돼 도민 사회에 화제가 됐다”면서 “이후 헐값에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는 놀이시설과 영화관을 새롭게 단장해 영업을 개시했으나 계획대로 경영이 안 되어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을 높게 평가해 비싸게 매도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매수하는 제주도와 문화예술재단 관계자들이 상식에 반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막대한 제주도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현재 문화예술단체의 요청으로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감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위가 이 문제를 명백하게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도민 사회의 정서에 반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