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이미지인 고(故) 문임생씨의 놋쇠숟가락. 문씨는 남편이 붙잡혀 간 뒤, 대전형무소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30년 세월 동안 하루 세 끼 따뜻한 밥을 해서 벽장에 놓고 이 숫가락을 올려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현재는 아들 양남호씨가 갖고 있다. [사진= 고현주 사진작가]
제주4‧3평화재단은 최근 ‘제주4‧3, 진실에서 평화로’(‘Jeju 4‧3 From Truth To Peace’) 라는 제목으로 236쪽의 영문 책자를 발간했다. 부제는 ‘한국의 비극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각’ (Global Perspectives on a Korean Tragedy)이다.
이 책은 제주4‧3을 다룬 국내외 외신 언론보도와 학술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제주4‧3의 전체적 맥락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배경설명과 주요 쟁점들을 더하고 문화예술운동사와 유가족의 유품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살펴봄으로써 세계와 좀 더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책은 총 5개 장(chapter)으로 구성돼 있다.
제주4‧3의 ‘사실과 진실’(1장), 국내외 외신보도 및 학술자료를 중심으로 살펴 본 ‘이슈와 오피니언’(2장), 현장인터뷰와 유적지 취재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기억과 4‧3 유적지(3장),’ ‘제주4‧3과 문화예술’(4장), 그리고 ‘평화와 미래’(5장)에서는 외국인 저널리스트와 학자, 그리고 저명인사들의 미래를 위한 제언과 평화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AP, 아시아타임즈 등 제주4‧3을 보도한 외신기사들을 시기‧주제별로 정리해 발췌 수록했고, 수년간 제주4‧3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영자신문 제주위클리 기사를 엄선해 구성했다.
존 메릴 (John Merrill)의 제주4‧3 논문 일부와 브루스 커밍스 (Bruce Cumings)의 책 ‘한국 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속에 담긴 제주4‧3편, 외국인 학자로서 미국의 역할과 책임을 거론한 조지 카트시아피카스 (George Katsiaficas)와 지오프리 파티그(Geoffrey Fattig), 그리고 5‧18민중항쟁과 미국의 진실을 탐사 보도했던 팀 셔록(Tim Shorrock)기자가 바라본 제주4‧3 등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제주4‧3 70주년을 맞아 프란체스코 교황이 보낸 평화 메시지 원문과 전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도민에 대한 2003년도 사과문, 그리고 70주년 4‧3 추념식에 참석해 낭독한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도 영문으로 번역, 게재됐다.
이 책자 작업에 참여한 사람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제주4‧3을 10년 이상 취재해 온 데런 사우스코트 전 제주위클리 편집장과 데럴 쿠트 기자가 편집인으로 참여했고, 유가족 유품 인터뷰는 고현주 사진작가와 허은실 시인이 참여했다. 전 제주위클리 발행인인 송정희 (사)제주국제화센터 대표는 4‧3을 오랫동안 해외에 알려온 경험을 살려 기획을 맡았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이번 발간을 시작으로 제주 4‧3과 유사한 역사를 경험한 세계와 공유하는 네트워킹 작업을 이어가며 영문자료집을 미국‧영국‧호주 등의 주요 대학과 국내외 4‧3연구자들에게 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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