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사진=일요신문 DB)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대구지역 최대 경제단체인 대구상공회의소 이재하 호가 사무국 안팎으로 번진 인사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사가 만사’인데 취임 반년이 됐지만 조직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외 경기침체 속 위기에 빠진 지역경제를 견인해야 할 이 회장의 주요 현안사업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불씨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대구상의 상근부회장 재취업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불거졌다. 재공모 절차를 밟지 않은 대구상의는 궁여지책으로 현 이재경 상근부회장의 직을 6개월여 연장하는 편법을 동원, 이례적으로 신임 상근부회장에 ‘내부 승진자’를 물색하는 등 최근 불거진 인사 논란을 피해가려 하고 있지만 잡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대구상의 창립 112년 만에 신임 상근부회장의 ‘내부승진’을 타진하고 있는데도 안팎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있는 것은 지난 12일 단행한 부정기 인사의 보은·보복인사 논란 때문이다.
먼저 현 이종학 대구인적자원개발위원회(이하 인자위) 사무국장과 최운돈 사무처장과의 맞교환 형태의 이상한 인사가 문제가 됐다. 사무처장은 상근부회장과 함께 별정직 임원으로 승진이 없으면 사실상 퇴임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최 사무처장을 서열상 아래인 인자위 사무국장으로 다시 발령내면서 봐주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무국장의 사무처장 발령에 있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임원인 사무처장 승진에 앞서 인자위 사무국장(1급 부장급)직을 사직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사직하지 않으면서 직원직을 유지한채 임원이 된 것. 최 전 사무처장 또한 인자위 사무국장 자리로 발령 나면서 임원직을 내려 놓지 않으면서 ‘보은인사’, ‘이상한 인사’ 논란을 키웠다. 사실상 대구상의가 최 전 사무처장을 위해 임원직을 하나 더 늘린 셈이다.
반면, 직원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일부 직원은 승진 없이 타 부서나 대구 도심 외곽 한직으로 발령났다. 20여년 가까이 한 부서에서 승진 없이 근무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이를 두고 이번 인사가 심각한 인사적체를 외면한 처사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상공의원은 이 회장의 상근부회장 ‘내부승진’ 물색을 두고 “사무국 내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등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 대구상의 112년 만에 첫 내부 승진 상근부회장이 나오길 기대한다”면서도 이같은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퇴직해야 할 임원을 하위 부서 팀장으로 일하게 하는 것은 조직의 화합을 깨고 반목과 갈등만 키울 수 있는 인사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호한 조직 재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먼서도 실제 이번 인사를 두고 한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 잡음이 일면서 그간 상의 내 소소한 비리까지 불거져 나왔다.
지난 16일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은인사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임원의 경우 지난 수년 간 복지포인트를 부정 수령한 사실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이재하 회장이 취임 초 강한 의지를 보인 상의 새 회관 건립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함께 내놨는데, 건립기금 모금 운동 첫해인 2012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23억8000만원의 기금을 모았지만, 201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16억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대구상공회의소
이 회장은 취임 초 “대구상의 소유 부지에 세워진 대구디자인센터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신중하게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이 임원들에게 임기 3년 동안 나눠 내겠다고 밝히면서 새 회관 건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 보도에서는 또 이재경 상근부회장의 말을 인용 “새 회관 부지와 건립비용이 구체화하지 않아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만큼 3년 임기 내 납부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상공의원은 “모범을 보여야 할 회장이 건립기금 납부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지역 경제와 대구상의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재하 호 출범 후 대구상의를 둘러싼 이같은 내홍과 외홍을 두고 일각에서는 “취임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 조직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이 회장이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취임초부터 강조해 온 지역기업 R&D지원사업 등 주요 현안 사업들이 발목을 잡히는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놨다.
사실상 공석인 상근부회장직은 사무국을 이끌며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인 정무 활동까지 수행해야 하는 자리지만, 내년 3월께나 정기의원 총회에서 인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우려가 힘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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