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교육부의 국립대 내진성능평가 추진이 각 대학들의 행정편의주의로 부실·불법 하도급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북 포항 지진이후 교육부가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국립대 건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추진하며, 각 대학들이 앞다투어 학교건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수행 능력은 감안하지 않은 채 추진되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부실 내진 성능평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현아 의원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비례대표)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립대학교 내진성능평가 현황’에 따르면 구조기술사가 1명뿐인 A회사가 8개 국립대 259개동(금액기준 60억원)의 내진성능평가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자체 수행 가능한 물량은 42개동에 불과, 83.7%인 217개 동은 불법 하도급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이런 배경에는 국립대학들이 주어진 기간 내에 내진성능평가를 완료하고, 용역관리의 편의를 위해 10∼15개의 건물을 묶어서 PQ로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소규모 업체는 참여가 어렵고 A사처럼 규모가 큰 일부 상위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정가격 1억원 이상의 내진성능평가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PQ대상 기업은 전체 1000여개 안전진단전문기관 중에서 1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국립대 내진성능평가현황을 보면 전체 1171개동, 금액 기준 256억 원의 내진성능평가가 발주됐으나 이중 5개 상위 업체가 약 60%에 해당하는 661개동, 151억 원의 물량을 수주했다.
김 의원은 “문제는 이러한 상위 업체들도 내진성능평가를 동시에 수행 할 수 있는 자체 수행능력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A사도 내진성능평가가 가능한 구조기술사는 1명뿐으로 실제 수주 받은 물량을 다 소화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가 큰 상위 업체들이 자체 수행능력을 벗어나는 물량을 독점적으로 수주하다보니 다수의 물량을 불법으로 하도급 할 수밖에 없어 부실한 내진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라며, “특히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내진성능평가 하도급은 명백한 불법이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중·고 내진성능평가처럼 1개 동 기준으로 개별발주가 필요하다”며, “이는 1개동으로 발주하는 경우 금액 기준이 낮아지다 보니 PQ에 제한을 받지 않아 구조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구조기술사 사무소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립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발주방식은 단기간에 진행되다보니, 시간에 쫓겨 내진성능평가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로 인해 향후 내진보강공사비가 과도하게 산정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의원은 “실제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들이 참여해 제대로 된 내진성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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