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정 전 청주시장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미호천을 중심으로 만수리, 소로리, 봉명동, 장관리, 송두리의 구석기 유물 유적과 두루봉 동굴의 유물은 충북 청주가 고대로부터 인류생활에 적합한 자연환경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송절동의 백제시대 유물은 청주의 백제시대 이름인 상당현(上黨縣) 즉 ‘윗 무리의 고을’이었음을 입증한다. 송절동 고분군(古墳群)에서 20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고 특히 철제갑옷, 투구, 화살통, 철제 마구류(馬具類), 환두대도(環頭大刀)와 각종 토기, 특히 철제유물들은 청주지역의 우수했던 철기문화를 알려 주고 있다. 또 통일신라시대에는 서원경(西原京)으로서 그 시대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요한 지역이었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은 청주인들은 선인들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켰고, 이제는 그 위대한 문화자원의 참된 가치를 세계에 밝혀야 할 때이며 그 중심에는 직지(直指)가 있다고 강조한다.
- 먼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가 정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면.
“직지는 고려 말 고승 백운화상(白雲和尙)이 불교의 참선(參禪)사상을 가르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제자들이 금속활자로 간행했다. 인류의 문명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네 번의 정보혁명이 제1차는 언어의 발명, 2차는 문자의 발명, 3차는 금속활자의 발명, 4차는 컴퓨터의 발명이라고 하는데 직지는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보다 78년 앞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 책이다. 지금 국내에는 진본이 없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下卷) 한 권만이 보존돼 있다. 이 책은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이었던 콜랭 드 프랑시(Collin de plancy)가 고서 수집가로 귀국할 때 가져간 것으로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개최한 ‘세계도서의 해’ 국제도서전에 전시돼 세상에 알려졌다.
청주시는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1998년부터 노력했으나 유네스코 규정상 소유권자가 아니므로 신청과 등재의 자격이 없어 유네스코와 수차의 협의와 조정을 거쳐 2001년 6월 27일부터 3일간 청주 예술의 전당 회의실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소유국, 생산국을 불문하고 해당 유산의 사료적 가치와 문헌적 가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MOW(Memory of the world)의 정신으로 등재 신청이 인정됐고 등재 권고가 결정돼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직지’는 인류공동의 문화자산으로서 가치와 위상이 확실해졌다.”
- 직지의 가치를 인류문화의 미래 사업으로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추진했는지.
“유네스코와 사전협의를 통해 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세계적으로 크게 공헌한 단체나 기관에게 ‘직지상’을 수여하는 제안서를 2002년 4월 5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시상은 격년제로 하고 상의 결정은 유네스코에서, 시상금 3만달러는 유네스코의 재정사정을 고려해 청주시가 담당하며 시상은 청주에서 유네스코와 청주시가 함께 하기로 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청주시는 ‘직지’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전 단계의 사업으로 국제 인쇄출판 박람회를 2000년 9월 23일부터 1개월 간 개최했다. 이 박람회는 정부의 ‘새 천년 기념사업’으로 선정돼 정부 예산지원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이한동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등 국내외의 많은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열렸다. 앞으로 청주시는 1회 개최로 중단한 인쇄출판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세계적인 인쇄출판과 지식 정보문화산업의 중심지가 되도록 추진하고, ‘직지’를 모티브로 하는 창조적 예술 문화사업도 개발해 선진 문화 관광의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
- 직지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ldquot;청주는 세종대왕과 한글 탄생의 역사가 담긴 청주 초정리의 문화사적인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세계 30여 개 주요 문자에 대해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을 평가해 한글을 1위로 발표한 바 있고 두 차례의 세계문자올림픽대회에서도 한글이 최우수 문자로 지정됐다. 유네스코는 1989년에 세종대왕상을 제정해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게 시상하고 있으며 1997년에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모든 국사에 전심전력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고 더욱이 투철한 애민정신(愛民情神)으로 훈민정음 창제에 몰두해 극심한 안질과 소갈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세종26년(1444년)에 신료들의 걱정스런 권유로 2차에 걸쳐 청주 초수리(현 초정리)에 행차해 117일간 머물며 안질치료를 하면서 오로지 훈민정음 작업에 몰입했다.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자로 지식과 문화를 누리고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세종대왕이 모든 신료의 반대와 중국(명나라)의 위력에도 불고하고 정치의 명운을 걸고 오직 백성을 위하는 일념으로 신병의 고통을 이겨내며 한글창제의 성업(聖業)을 이룬 결과다.
이제 대왕의 업적을 기리고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종대왕 행궁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청주 초정리는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한 지도자 세종대왕의 투철한 위국애민(爲國愛民)의 정신을 현장에서 느끼고 배울수 있는 곳이며, 인류역사상 최고의 문자 ‘한글의 산고(産苦)와 위대성’의 현장교육이 가능한 곳이다.”
- 이밖에 직지와 연관된 사업들을 소개한다면.
“우선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충북도와 청주시가 현재 진행 중인 행궁 복원 사업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세종대왕과 한글의 세계화와 현양사업을 위해 초정리 일대를 ‘세종교육문화특구’로 지정하고 공공업무 지역으로 관리 운영하는 한편 세종교육관을 건립해 우리나라 각계 지도층 인사와 공직자. 청소년, 일반시민도 세종의 정신과 삶의 참 모습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글과 인류문자의 역사와 특성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하며, 국내외의 한글·한국어 교육자의 수련을 통해 한글의 세계화를 추진할 세계문자 교육관 설립과 세종역사관 건립도 당면한 과제다. 이밖에 손병희 생가, 운보미술관, 신채호 사당 등을 활용한 역사문화 체험마을 조성과 세계3대 광천수인 초정약수를 활용한 건강 치유사업 개발도 청주의 문화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