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오?”
의장이 에드워드 바크스를 실눈으로 살피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세계 최고의 구리 제련공장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카나미스를 손에 넣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하여 오성전자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는 한국에서 지낸 일주일을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이상희가 떠올랐다. 조지타운 대학의 경제학 박사인 그녀가 일주일 내내 그를 안내하여 한국의 경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바크스를 흡족하게 한 것은 그런 세밀한 정보가 아니라 이상희와의 격렬한 섹스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몸이었으나 이상희는 동양인 특유의 팽팽한 탄력을 갖고 있었다. 섹스도 완전히 오픈되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구리 제련 공장이라면 카나미스를 말하는 것이오?”
의장이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다시 물었다. 카나미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동광을 가지고 있는 제련공장으로 종업원들이 2만 명이나 되었다.
“그렇습니다.”
“카나미스는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골칫덩어리 기업이오.”
의장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들은 전 세계의 기업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작년에 1억 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에드워드 바크스의 말에 의장과 원탁에 앉아 있는 노인들이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들도 카나미스에 투자하려고 몇 번이나 검토를 했으나 워낙 방만한 공장이고 오랫동안 적자가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1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면 기업이 대대적으로 혁신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카나미스가 어떻게 흑자를 낸 것인가?”
의장이 이번에는 블랙마리아를 쳐다보았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블랙마리아의 풍만한 가슴께에 시선을 주었다. 블랙마리아는 흰색의 정장에 역시 흰색의 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는데 풍만한 가슴이 쏟아질 것처럼 드러나 있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블랙마리아의 가슴을 홀린 듯이 바라보면서 하체가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우즈베키스탄은 소련이 붕괴된 후에 자본주의 시장을 받아들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1995년에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한국의 대기업 오성에 위탁경영을 의뢰했습니다.”
블랙마리아가 고개를 들고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오성이 경영을 하고 있다는 말이오?”
“네. 오성은 카나미스의 주식 20%를 얻는 조건으로 5년 동안 위탁경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시설이 낙후되어 있어서 노후화된 기계를 모두 교체하고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여 최신 자동화공장을 만들었습니다. 오성의 탁월한 경영으로 5년 만에 흑자를 낸 것입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우즈베키스탄은 오성에 27%의 지분을 추가로 내주어서 현재 오성이 카나미스의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소?”
“카나미스는 향후 10년 이상 전 세계 최고 기업의 하나가 될 것이고 대주주는 전 세계 갑부대열에 들어갈 것입니다.”
“영국 총리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오?”
“카나미스를 런던 증시에 상장시키는 것입니다.”
“그건 한국의 오성그룹이 대주주니까 그들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이 아니오?”
“오성그룹은 카나미스에서 손을 떼게 하고 우리가 최대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오성전자는 지배구조가 취약해서 우리가 집중적인 공격을 하면 카나미스에서 손을 떼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국 총리의 목적은 런던 증시에 카나미스를 상장시키는 것이고 우리는 이익을 취하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우리가 오성그룹을 공격하여 카나미스를 장악하면 해마다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겠소?”
“배당으로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런던 증시에 상장되면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단일 기업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로봇처럼 표정 한 번 흔들리지 않는 블랙마리아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을 같은 냉랭한 여자였다.
“없습니다.”
리처드 칼슨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영국계 자본으로 공격하는 것으로하고 즐겁게 식사를 합시다.”
의장의 말에 좌중의 노인들이 왁자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카나미스의 오성 측 대리인은 누구인가?”
“김광호라는 인물입니다.”
“김광호라… 김광호도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드시오.”
의장의 지시에 블랙마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회의가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자 만족했다. 그가 보고한 내용이 원탁회의를 통과했고 의장의 지시에 따라 세부적인 일을 추진하려면 블랙마리아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블랙마리아가 얼음처럼 냉막한 표정의 소유자지만 저런 여자일수록 몸이 뜨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드워드 씨, 카나미스의 김광호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어요?”
식사가 끝나가고 있을 때 블랙마리아가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말을 건넸다. 블랙마리아의 촉촉하게 젖은 눈이 그를 향해 있었다.
“물론입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블랙마리아는 한국을 철저하게 붕괴시킬 여인이다. 한국에서 전 세계의 투기자본을 일제히 빠져 나가게 만든 뒤에 수출대금의 결제를 미루어 한국의 외환이 바닥나게 만들었다. 한국은 IMF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IMF는 한국 모든 은행의 BIS 비율 8%를 맞출 것과 구조조정을 요청했다. 그 바람에 은행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한국은 금융권이 무너지면서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들이 속출했다. 블랙마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금융 공격을 한국에 퍼부은 여인이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룩셈부르크의 고성에서 나오자 블랙마리아에게 시간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면 그녀의 속옷을 벗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김광호에 대한 서류는 파리 릿츠 호텔 펜트하우스로 보내주세요.”
블랙마리아가 싸늘하게 내뱉고는 선글라스를 쓴 뒤에 검은색 리무진에 올라탔다. 운전기사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블랙마리아는 도도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았다. 운전기사가 리무진에 올라타자 경미한 시동음이 들리더니 리무진이 고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제기랄, 술이나 하면서 유혹하려고 했는데 틀렸군.’
에드워드 바크스는 블랙마리아가 타고 떠난 리무진의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내 그의 차가 고성의 주차장에서 달려 나왔다. 여비서가 총총히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벤츠에 올라탔다.
“호텔에 들렀다가 런던으로 돌아갈 테니까 공항에 연락해.”
에드워드 바크스는 비서 샤론 텐들러에게 지시했다.
“네.”
샤론 텐들러가 메모를 하면서 짧게 대답했다.
“총리 비서실에 연락해서 내일 아침 7시에 만나자고 약속해.”
“네.”
에드워드 바크스의 지시를 받은 샤론 텐들러가 공항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눈을 지그시 감고 손을 샤론 텐들러의 미끈한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샤론 텐들러는 남색의 정장을 하고 있었으나 스커트가 짧아서 허벅지가 반이나 드러나 있었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습관적이었기 때문에 샤론 텐들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샤론 텐들러는 공항에 예약을 하자 국제전화를 걸어 총리 비서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총리께서는 내일 아침 7시에 여왕폐하와 면담이 있답니다.”
샤론 텐들러가 에드워드 바크스를 쳐다보았다.
“영국을 위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해.”
샤론 텐들러는 에드워드 바크스가 긴급한 일로 총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께서 여왕폐하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7시에 만나시겠답니다.”
이내 샤론 텐들러가 전화를 끊고 보고를 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대꾸를 하지 않고 샤론 텐들러의 스커트 안으로 좀 더 손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여인, 블랙마리아의 풍만한 가슴이 또 다시 뇌리에 떠오르면서 물건이 불끈거리고 일어섰다.
“엔디는 이 서류를 파리의 릿츠 호텔 펜트하우스로 보내고 샤론은 짐을 정리해 줘.”
에드워드 바크스는 호텔에 도착하자 운전기사 엔디에게 두툼한 서류봉투를 건넸다. 그 서류에는 한국인 김광호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운전기사 엔디가 호텔 방에서 나가자 샤론 텐들러를 뒤에서 안고 속옷을 벗겼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