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입성한 ‘지방출신’ 고위인사로는 문재인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 이호철 민정1비서관, 박범계 민정2비서관, 최도술 총무비서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내각에서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비롯, 윤덕홍 교육부총리, 권기홍 노동부 장관,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등이 서울서 객지생활을 하는 이른바 ‘상경파’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 386출신 측근인 안희정 부소장의 경우 최근 ‘승용차’와 함께 ‘거주지 이전’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자연 지방에서 활동하다 서울로 올라온 ‘지방출신’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거주지도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서울서 ‘타향살이’를 하는 이들 비서진과 장관들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재인 민정수석은 지난 1월 민정수석 내정 이후 한동안 이호철 비서관 내정자와 함께 호텔생활을 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갑작스런 제안을 수용한 터라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수위 기간 동안 L호텔에서 이 비서관과 함께 객지생활을 하던 문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모 빌라에 전세를 얻었다. 당분간 서울생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빌라를 얻은 이후 문 수석의 부인과 자녀 등 가족들도 서울로 이사해 함께 살고 있다.
느닷없는 객지 생활이라 해도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문재인 수석은 행복한 편에 속한다. 문 수석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현재 처형집에 기거하고 있고, 대전에 부인과 자녀를 두고 온 박범계 민정2비서관은 신촌에 원룸을 얻어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셈이다.
부산에서 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올라온 최도술 총무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현재 대통령 경호실에서 보유한 관사에 다른 지방 출신 비서진 두 명과 함께 각각 방을 하나씩 얻어 지내고 있다.
부산에서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다 인수위 시절 경제1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서울에 올라온 허성관 해양수산부(해수부) 장관. 그는 장관 임명 이후 해수부에서 마련한 40평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해수부는 ‘임차료’ 명목으로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1백50만원을 들여 허 장관의 처소를 마련해 줬다.
대구 출신 권기홍 노동부 장관도 비슷한 케이스. 다만 허 장관에 비해 아파트 평형이 조금 작다. 권 장관은 노동부에서 구한 사당역 부근 20평형대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다. 전세가는 1억2천만원. 대통령령 ‘정부청사 관리규정’과 총리령 ‘정부청사 관리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관급 주거 시설을 청사로 간주, 정부 예산으로 198㎡(60평)까지 신축하거나 매입, 임차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해수부와 노동부가 장관 처소에 예산을 지원한 것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다른 동급 인사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경남 남해 출신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목동 친구집에 의탁해 지내고 있다. 마포에 1억7천5백만원에 32평대 아파트를 전세 계약했지만, 아직 1억원이 넘는 잔금 처리 문제가 남아 있어 이사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나 노동부의 경우처럼 부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김 장관이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행정자치부에서는 거처 지원 문제를 적극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대구 출신인 윤덕홍 부총리는 장관 임명 직후, 서울 홍제동에 사비 1억4천만원을 들여 25평형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부산일보>에서 20년 이상 재직하다 국정홍보처장에 임명된 조영동 처장도 얼마 전 서울 서대문 현저동 K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조 처장의 부인과 자녀 등도 함께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다.
허성관 해수부 장관과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부처 예산으로 마련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 혈세를 장관의 거주지 마련에 쓸 수 있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던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착의 고리를 끊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편이 낫다’는 여론도 비등한 것.
특히 장관직 수행을 위해 상경했음에도, 턱없이 높은 아파트 전세비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김두관 장관의 모습에, 수십억원대 호화 아파트와 빌라에 거주하는 부유층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안쓰러움을 넘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