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파문 속에서 사정기관이 주목하고 있는 인사가 있다. 바로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강 아무개 씨다. 지난 20일 국세청은 경찰 요청에 따라 강 씨를 아레나 명의위장 및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조세포탈 혐의로 강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화류계 주변에서는 강 씨가 강남 일대에 10여 개의 가라오케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직접 지분투자를 하거나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업소는 보이지 않는다. 강 씨 스스로도 본인이 아레나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아레나. 사진=최준필 기자
경찰 측은 국세청 고발 이전부터 강 씨에 대한 수사를 집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 18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씨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경찰서가 수사 중인 탈세 혐의 외에 다른 탈세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국세청 외에 소방 공무원이나 구청 공무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강 씨가 다른 곳 업주를 맡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서 지능범죄수사대에서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는 건 강남경찰서에서 하고 다른 업소의 일이나 마약 탈세 등에 대해서는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맡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서울지방국세청은 아레나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면서 아레나의 전·현직 임원 6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강 씨는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 역시 탈세 혐의로 강 씨를 체포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한 바 있다.
국세청은 당초부터 강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경찰 측은 아레나의 탈세액을 수백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고, 국세청도 260억 원의 탈세 혐의를 잡고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8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아레나를 세무조사했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상당히 억울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 측은 “아레나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레나 세무조사와 관련해 국세청은 처음부터 법과 원칙대로 조사해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아레나 전·현직 임원 6명은 본인들이 아레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재조사에서 6명 중 3명이 강 씨가 실소유주고, 본인들은 명의만 대여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들은 강 씨가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시지와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아레나 임원들이 강 씨에 대한 존재를 부정했다가 최근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강 씨가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며 “물론 최근 경찰의 지속적 출석 요구에 대한 심적 압박 등도 있었겠지만 강 씨가 이들을 방패삼아 책임을 벗어나려고 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수 정준영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지난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전경 앞 취재진들이 자리를 잡고있는 모습. 최근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강 씨는 그간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사정기관이 그를 붙잡을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탈세액이 수백억에 달한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실체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세청 사정에 정통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세청에 처음 아레나 탈세 제보가 왔을 때는 관련 내용이 상당히 부실했다고 들었다. 국세청이 보완을 요청하니 이후 제보자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 탈세액이 수백억 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 세무조사 직원들이 추징한 게 260억 원인데 무슨 근거로 수백억 원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또 아레나에서 강 씨에게 돈이 들어간 흔적이 없었다. 조사 기간은 한정돼 있고, 서류상으로 근거가 없어서 강 씨를 어떻게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최근 아레나 전·현직 임원들의 증언에 따라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세청이 강 씨를 고발한 내용은 탈세와 명의위장뿐이지만 일부에서는 사정기관이 강 씨를 집중 수사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분석한다. 강 씨를 통해 아레나와 유착한 공무원들을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아레나 장부에는 소방서, 구청 등 주요 공공기관별로 수백만 원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 강 씨 수사를 통해 장부 내용을 추궁하면 아레나로부터 뇌물을 받은 곳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장부는 강 씨가 아레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증거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장부에는 ‘강P’라고 적힌 부분이 있는데 강은 강 씨, P는 대표(President)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뇌물 관련 수사를 지시한 곳이 다름 아닌 청와대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청와대 측은 지난 18일 “강남 클럽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 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