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영주차장이 자리했던 곳 위로 공사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좌천2구역주택조합은 수정터널 동편 입구 좌천삼거리 인근에 아파트 건설을 시행중이다. 해당 조합은 지역 건설업체인 (주)일동과 계약을 맺었다. 이곳에 들어서는 ‘일동 미라주’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총 네 동으로 구성되며, 층수는 최대 38층에 이른다.
바로 이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에 2017년까지 존재했던 공영주차장이 어느새 사라졌다.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및 기타 이해를 구하는 절차 없이 오로지 동구청의 직권으로 행한 일이다.
조용히 묻혔던 일이 공론화된 것은 해당 아파트 공사가 본격화된 이후부터다.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의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며 본보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전달된 내용이다. 주차장은 2017년 6월말께 부산 동구청이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A씨는 “박삼석 구청장 재직 당시의 동구청이 멀쩡하던 주차장을 아파트 건설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없앴다. 주민편의와 민간 사업자의 이익 가운데 무엇이 우선이었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영주차장이 자리했던 곳에 건설현장 관련 차량이 주차된 모습.
주차장 폐지를 결정한 동구청 해당 담당부서는 건축과에서 보낸 협조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동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건축과에서 협조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 따라 주차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동구청 건축과 소속으로 교통행정과로 공문을 보낸 당사자인 공무원 B 씨는 “좌천2구역조합에서 공사에 방해가 된다면서 주차장을 없애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이에 교통행정과로 주차장을 폐지하자는 취지의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결국 동구청이 좌천2구역조합의 주차장을 없애달라는 요청에 별다른 검토 없이 폐지를 결정한 셈이다. 공영주차장의 신설 및 폐지가 구청의 권한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인근 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 정도는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주차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은 건설사에 편의를 봐준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유착마저 의심스럽다”면서 “최형욱 구청장 체제의 동구청이 하루 속히 주차장을 되살려 주민들에게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