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물질을 만들고, 애경산업과 함께 ‘가습기 메이트’ 등을 제조해 유통시켜 왔다.
SK케미칼이 제조한 원료로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최초의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바이오텍 사업팀)에서 최초로 개발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를 생산해 공급했다.
SK케미칼은 최근 원료물질인 CMIT·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을 이미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에 서울대에 맡긴 가습기 메이트 흡입 독성 실험 결과가 자신들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SK케미칼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2013년 TF를 구성하고 증거가 될 관련 자료들을 은폐해 왔다는 것이다.
1995년 7월에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이 SK케미칼에 가습기 메이트 흡입 독성 실험 결과 보고서를 넘겼다. 보고서에는 실험용 쥐에 백혈구 수치 감소나 신장 이상 등의 병이 생겨 더 많은 표본을 투입해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결론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실험이 끝나지도 않은 1994년 11월에 제품을 출시했다. SK케미칼은 안전성 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서둘러 팔았고 유해성이 확인된 실험 결과를 은폐했다.
경실련은 SK케미칼이 1994년 가습기 메이트 출시 전후로 이미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데 증기 인멸의 실무를 맡은 이사들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2016년 옥시와 롯데마트 등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들에 대해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펼쳐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았음에도 원료물질을 만든 SK케미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홍지호 SK케미칼전 대표 구속은 참사의 진상 규명이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음을 뜻한다. SK케미칼을 정점으로 가습기 살균제 판매유통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