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영남예학 연구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소장 하영삼)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 사업단에서는 조선 후기 예학 흐름사를 조명할 수 있는 연구 총서 2종을 출간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조선후기 영남예학 연구’(430쪽, 신국판, 도서출판3, 2019.2.25.)는 한국국학연구원의 남재주 연구원의 저작으로, 조선후기 예학의 일반적인 전개 양상 속에서 영남지역 예학이 갖는 의미와 특징을 거시적 관점에서 연구했다.
이를 위해 먼저 영남지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해 각 권역에서 예학 논의를 주도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파를 도출했다. 이 학파에서 저술되고 논의된 예서와 예설의 주요 특징, 상호 교섭 및 전승 양상도 살펴봤다.
이 연구를 통해 도출한 영남지역 예학의 성과와 특징은 첫째, 영남지역의 예학은 안동권‧상주권‧성주권‧경주권‧밀양권‧진주권의 6개 권역에 분포하는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전개 양상을 보이면서 발전했다.
각 권역에서는 예전부터 전해진 지역적 관습을 준수하면서 스승의 가르침과 집단 내 구성원과의 토의를 통하여 예학 논의를 전개했다.
둘째, 영남지역의 예학은 영남지역 외의 다른 지역 예학자와도 교류하고, 당파와 지역을 초월하여 다양한 예설을 포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간 당파간의 예설 소통이 상당히 개방적으로 이뤄졌다.
셋째, 영남지역의 예학은 가례학 연구의 핵심 교재였던 ‘주자가례’의 내용과 체재를 대체로 준수했다. 그런 한편 여기에 매몰되지 않고 예학 논의의 폭을 꾸준하게 확장했다. 관혼상제의 각 부분에 대해서 논의의 폭을 넓힌 것은 물론이고, 가례 외에도 향례나 학례까지도 연구하여 가례서에 편입시킴으로써 기존의 가례를 사례(士禮)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넷째, 영남지역에서는 위와 같은 예학 논의의 경향으로 인하여 류장원(柳長源)의 ‘상변통고(常變通攷)’‧‘이의조(李宜朝)의 가례증해(家禮增解)’‧허전(許傳)의 ‘사의(士儀)’‧류주목(柳疇睦)의 ‘전례유집(全禮類輯)’‧장복추(張福樞)의 ‘가례보의(家禮補疑)’‧이진상(李震相)의 ‘사례집요(四禮輯要)’ 등 조선후기 예학을 대표할 만한 여러 종의 예서가 편찬 또는 간행됐다.
조선후기 기호예학 연구
‘조선후기 기호예학 연구’(339쪽, 신국판, 도서출판3, 2019.2.25.)는 청학서당 원장이자 경성대학교 정길연 교수의 저작으로, 18~19세기 기호 예학의 전체 규모를 대표 학단 별로 파악하고 개괄했다. 학단은 크게는 학파 별로 작게는 사승(師承)관계를 중심으로 구분했으며, 각 예학가들의 예설을 개괄함으로써 그 규모를 도표로 정리해 알기 쉽도록 했다.
특히 이 가운데 기호 예학가들이 중요하게 다뤘던 몇 가지 논제들을 추출하고, 그 논제에서 그들이 주장한 합당한 예론(禮論)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려고 했다. 또한 기호 예학가들이 예를 논함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성향을 파악 그들의 예설(禮說)을 중심으로 논증했다.
제2장에서는 18세기 기호 예학가들을 호론계(湖論系)와 낙론계(洛論系), 기타 예학가, 제3장에서는 19세기 기호 예학가들을 호락(湖洛)학단과 신진(新進)학단, 그리고 기타 예학가들로 구분해 그들의 사승 관계와 주요 예설을 개괄했다.
제4장에서는 기호 예설의 주요 논제 중 국가전례(國家典禮) 중심으로 왕실(王室)의 복제(服制), 국상의절(國喪儀節), 대보단(大報壇)제향, 의제개혁(衣制改革) 등에 대해 살펴봤다.
제5장에서는 기호 예설의 주요 논제 중 사족예제(士族禮制)를 중심으로 가례(家禮)의 보정(補正), 행례규범(行禮規範)의 정세화(精細化), 예설(禮說) 변통과 전범(典範) 수립이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기호 예설을 개괄 정리했다.
제6장에서는 기호 예설의 논례(論禮) 성향을 ‘가례(家禮)’의 절대적 존신(尊信), 선유설(先儒說)의 옹호와 절충, 화이론(華夷論)의 예제(禮制)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기호 예설의 전제적인 특징을 밝혔다.
2종의 이 연구총서는 한국한자연구소의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 사업단의 연구결과물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핵심 가치인 예학사를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이들 지역 문명의 정신적 문화적 기반이자 특징인 예학의 연구와 계승 및 보존은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이 가장 뛰어났다 평가된다. 예학의 한국적 독자성을 확보한 시기라 평가받는 조선 후기의 예학 연구를 대표하는 영남예학과 기호예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또한 예학을 동아시아적 대표 가치로 발굴하고 재조명해 세계적 가치 이념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중국 등의 노력에도 좋은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경성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15년간의 노력 끝에 발간한 한국예학의 집대성작 ‘한국예학총서’(총 173책)의 편찬 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어 앞으로의 후속 연구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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