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김종천 의장이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프로축구구단 대전시티즌 김호 전 대표의 퇴임을 촉발시키고 고종수 감독을 피의자로 만든 배후 정치인이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지난해 12월 프로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전과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선수 선발 시스템 정착을 위해 공개테스트를 진행했고 전국에서 284명이 신청했다. 이후 서류심사를 통해 88명을 선발, 이어진 공개테스트를 통해 최종 후보 15명이 선정됐다.
그러나 구단관계자 4명과 외부 전문가 1명 등 총 5명이 참여한 공개테스트에서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고친 2명이 선발된 반면 다른 2명이 탈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전시는 자체 감사를 통해 채점표 등을 확인한 결과 점수를 고친 흔적 등이 발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전시티즌은 점수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선수 선발 계획을 백지화했다.
경찰은 고종수 감독과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2군 감독 및 구단 프론트 관계자 등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3월 14일 신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채점표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고종수 감독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고 감독은 유력 정치인의 부탁으로 채점표 조작 상황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감독의 피의자 확정에 하루 앞선 3월 13일에는 김호 대전시티즌 대표가 사표를 제출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김 전 대표는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이 평가하고 자신은 행정 지원만 한다”며 “평가점수 조작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유력 정치인의 부탁으로 선수 선발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청탁을 한 정치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지난 13일 대전지방경찰청 관계관이 이 사건과 관련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력 정치인의 정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대해 김종천 의장은 이번 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으나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고 문자로 회견 취소를 알렸으며,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 있다.
대전지역 야당들은 “고종수 감독에게 김 의장은 대전시티즌을 위해 좋은 선수를 추천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대전시의회 의장은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의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로 듣는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청탁”이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해 사법당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는 정치인들과 자당의 정치인이 연루된 순간 입을 닫고 마는 정당의 기본책무를 저버린 정당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꿈을 짓밟고,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된 나라라는 국민의 신뢰를 짓밟은 자들에게는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16일 KBS와의 대담에서 김종천 의장을 공천하고 측근들이 실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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