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닥구청 전경
[일요신문] 대전 대덕구(구청장 박정현)가 청소년 아카데미를 개최하면서 2000만 원 남짓한 행사예산 가운데 1550만 원의 고액 강사료를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지급하기로 해 야당과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 대덕구는 오는 15일 한남대 성지관에서 개최하는 청소년 아카데미에 방송인 김제동 씨를 초청해 90분 동안 청년에 관한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이 행사의 전체 비용이 2000만 원 정도라고 밝힌 가운데, 김제동 씨의 강사료로 대덕구는 1550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대덕구가 혁신교육지구사업에 지정되면서 받은 전체 예산 1억 5500만 원의 정확히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인접한 유성구의 경우 인문학 강좌를 총 사업비 756만 원으로 1년에 12회 진행하며, 초청 강사료로 1인당 21만 원을 고정가로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
대덕구의회 김수연 부의장은 “대덕구가 열악한 재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정도의 강연료로 15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은 법률 이전에 시민들의 정서와도 이반되는 행위”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김제동이 시간당 775만 원을 받을 만큼 대덕구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냐”며 “이게 문재인 대통령이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나라’인가?”라고 질책했다.
또 “김제동에게 줄 1550만 원이면 결식우려 아동급식을 3875번 먹일 수 있는 돈이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을 1달간 12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돈”이라며 “이념 편향적 방송인을 청년 멘토로 우상화하면서 국민 혈세로 생색내는 것은 누가 봐도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덕구 관계자는 “김제동 씨의 강연료를 포함한 모든 행사비는 전액 국비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대덕구의 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준비된 사업”이라며 “지난해 청소년 아카데미에서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방송인 김제동 씨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 섭외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작년에도 방송인 함익병 씨와 혜민 스님 초청에도 둘을 합쳐 1300만 원의 강사료가 지급됐다”며 “김 씨의 강사료가 높은 편이지만 연예인의 몸값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수연 부의장은 “구 측에서는 설문조사를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문조사에 출연료와 관련된 것이 들어갔을 리 없다”면서 “만약 출연료 액수가 설문조사에 포함돼 있었다면 조사결과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번 혁신지구교육 예산은 항목이 미리 정해진 예산이 아니라 전문성이 부족한 연애인을 반드시 초청할 필요는 없다”면서 “당초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가진 대학교수나 전문강사를 합리적인 강연료로 초청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소연 대전시의원은 “혁신지구교육사업예산 또한 시의회 교육위에서 교육청에 철저한 관리 감독을 조건으로 승인해 준 예산으로 구청 마음대로 강사료 책정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관련 예산은 시의회 교육위가 승인해 준 혁신지구교육사업 예산으로 당시 교육청에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주문했었다”며 “이 예산은 구청 마음대로 쓰라고 주는 예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사 변경이나 취소에 대해 대덕구는 강사료를 고려해 위약금이 배수로 발생하도록 계약을 했기 때문에 김제동 씨에게 얼마의 위약금이 발생할지 추산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주 내용은 공교육의 문제를 보완키 위한 목적으로 마을과 학교가 연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으로 ▲교육자치 토론회 등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 ▲교육자원봉사자 멘토링 등 마을교육과정 운영 ▲혁신교육지원센터를 통한 마을활동 지원체계 강화 ▲청소년 자치활동 및 교사 연구회 지원 등이다.
김제동의 강연료는 교육부의 풀뿌리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지원사업에 대덕구의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선정되면서 11월에 시교육청에서 대덕구로 지원된 1억 5500만 원의 예산에서 지급하게 된다.
김 부의장은 “‘안 쓰면 반납해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인식을 바꿔야 하며 ‘가져왔으니 쓰고 보자’라고 하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구비든 시비든 국비든 똑같은 국민의 혈세로 이번 일은 대덕구 전체가 욕먹을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함익병 씨와 혜민 스님을 초청한 1300만 원의 강연료는 전액 구비에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영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