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단폭행으로 친구를 숨지게 한 10대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단서를 확보해 법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광주지방경찰청 제공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반복적이고 무차별 폭행을 이어간 사건 정황이 살인죄 적용의 근거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친구를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해 구속된 A 군 등 10대 4명의 혐의를 기존 ‘폭행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할 것을 법률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 군 등은 친구 B 군을 약 2달여 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고 지난 9일 오전 1시께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B 군에게 일행 중 한 명을 놀리라고 억지로 시키고, 놀림 받은 당사자가 기분 나쁘다고 폭행하는 행위를 반복해 B 군을 숨지게 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로 드러난 직간접적인 증거와 진술이 이번 사건이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님을 증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 군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 즉 무수히 많은 폭행으로 신체가 상처 입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B 군의 몸은 폭행으로 생긴 멍 자국이 뒤덮였으며,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된 가해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들도 가해자들 폭행의 반복성과 잔혹성을 증명했다.
가해자들은 약 2달여 간 자신들이 무차별 폭행한 B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는데,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맞아 멍이든 모습 등의 사진이 증거로 확보됐다.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게 된 결정타는 가해자의 진술이었다.
가해자 중 일부는 사건 당일 B 군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때리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피해자의 죽음을 예견하고 폭행을 중단하지 않고 행사했다는 결정적 진술이다.
대법원 판례는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폭행으로 B 군이 숨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폭행을 반복하고, 폭행 과정에서 별다른 치료 조치도 하지 않은 가해자들에게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볼 때도 이들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사건의 사례와 관련 판례를 충분히 검토하며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률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증거와 진술이 확보된 만큼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상현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