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 촉진 사업의 일환인 ‘요망지게 말해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가운데 사업에 참여할 학생지도사들을 대상으로 기초소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일요신문] 제주지역 다문화가족 청소년과 외국인 근로자가정 자녀 등 이주배경 청소년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체류 불안정과 교육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로 진입했지만 이주 배경 청소년은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늘어나는 속도를 정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통합 조치로 사회 불안요소를 미연에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란 다문화가족 청소년, 외국인근로자가정 자녀, 중도입국청소년, 북한이탈주민 자녀 등 이주배경을 갖고 있는 모든 청소년을 의미한다. 특히 외국에서 살다 국내로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은 국내에선 ‘있어도 없는’ 존재로 비유되곤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주배경 청소년은 이주와 청소년이라는 두 가지 시공간 요소로 다른 청소년보다 정체성의 혼란이 배가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처럼 취약한 여건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한 특화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26일 제주 지역 이주 배경 청소년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의 사각 지대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기 개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최근 다문화가족 위기 청소년 상담사례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언어문화 차이로 심도 있는 부모 상담이 어려운 상황으로 통번역 인력 및 이주출신 전문상담 인력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 났다.
최근 18세 이상 학교 밖 이주배경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고 무비자 단기 체류 신분의 학교 밖 이주배경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어 조기 개입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제주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후속으로 진행됐으며 제주지역 이주배경 청소년 실태 분석 및 관련 전문가에 대해 심층 면접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조사결과 한국어 장벽으로 학업성적이 본국에 비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자존감 하락, 심리적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중언어 학업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 내 이주배경 청소년이 가장 신뢰관계를 기대하는 담임, 한국어강사, 학교상담사의 다문화감수성 및 상담기능 향상을 통해 신뢰관계 형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 유일한 학교 밖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사업인 레인보우스쿨은 수시모집, 1개 반만 운영, 전담인력 비배치, 인증체계 부재, 한국어교육 중심의 교과편성 등 교육환경이 열악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학교 진입형과 사회 진입형으로 구분해 진로 중심의 교과 편성 및 분반 교육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문 교육 지원을 체계적으로 구비하고 기숙형 대안 예비 학교 설립도 요구되고 있다.
제주지역 일반 청소년 지원 기관과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기관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거나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과 레인보우스쿨 운영 기관, 다문화가족지원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교육청, 출입국외국인청, 도청 간의 효율적인 협력관계 구축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주배경 청소년 및 가족에 대한 가부장적 차별 시선과 부정적 낙인 효과,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문제아’ 인식이 존재해 성평등 및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통한 인식 및 접근 관점 변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은 “국외성장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6단계 정착주기별 지원, 국내성장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6단계 성장단계별 지원 등 이주배경 청소년 정착주기별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4월 현재 도교육청 내부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초중고 학교 재학 중인 다문화가족 학생 수는 2074명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한 가운데 초등학교 1692명(81.6%), 중학교 256명(12.3%), 고등학교에 126명(6.1%)이 분포돼 있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