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학원은 ‘애국한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한양학원은 수많은 엘리베이터 업체 중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에게 공사를 맡겼다.
한양대학교. 사진=한양대학교
한양학원은 수익사업으로 순화빌딩을 포함해 세 빌딩을 소유해 건물임대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준공된 다른 두 빌딩과 달리 순화빌딩은 1988년 준공된 오래된 건물이다. 두 빌딩이 엘리베이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 반해 순화빌딩은 노후화로 건물 준공 이후 첫 교체에 나섰다.
기존 순화빌딩 엘리베이터를 공사하고 관리하던 업체는 현대엘리베이터였다. 하지만 한양학원은 현대엘리베이터 대신 지난 1월 미쓰비시를 교체 공사 사업자로 선정해 계약했다.
한양학원 관계자는 미쓰비시 선정 이유에 대해 “엘리베이터 사용 연수가 통상적으로 15년~20년이고 이후에는 잦은 보수가 필요하다”며 “미쓰비시 측에서 기술력과 함께 30년간 보수와 관리를 책임지겠다고 제안해 왔다. 참가 업체들의 사용 연한, 가격 등을 비교해 봤다. 안전하고 오래 가동할 수 있는 업체를 찾던 중 미쓰비시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순화빌딩 기존 엘리베이터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도 공사를 할 당시 많은 부품을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이었다”며 “우리 학원이 애국한양으로 알려진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분법적 기준으로 미쓰비시를 공사업체로 선정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당사는 1984년 창립된 회사다. 초기에는 미쓰비시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순화빌딩 준공 시점을 미루어 볼 때 당시 당사의 엘리베이터 공사도 일본 기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당사는 현재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업체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순화빌딩 엘리베이터 공사 안내문. 공사업체로 미쓰비시가 적혀 있다. 사진=장익창 기자
순화빌딩은 일반 엘리베이터 기수가 짝수층 운행 2기, 홀수층 2기 등 모두 4기다. 엘리베이터 교체공사 기간은 총 8개월이다. 지난 5월부터 9월말까지 각각 1기당 두 달 씩 짝수층 2기에 대한 교체공사가 이뤄진다. 9월말부터 내년 1월까지는 홀수층 2기에 대한 교체공사가 각각 1기당 두 달씩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일과 시간에 공사가 이뤄지면서 입주사는 물론 방문객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 2층 지상 17층 규모의 순화빌딩에 입주한 업체는 50여 곳에 달한다.
순화빌딩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에 교체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상당히 오래된 모델의 엘리베이터보니 짝수층은 짝수층대로 홀수층은 홀수층대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건물 상황에 맞춰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쓰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군함 등 전쟁무기를 생산하고 군함도(하시마섬) 등에 조선인들을 징용해 강제노역을 시킨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미쓰비시는 피해자들에게 배상은 물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