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일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을 일으켰던 김대업 씨를 해외도피 3년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경찰청 제공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달 30일 필리핀 말라떼에서 현지 이민청과 합동으로 김 씨를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다 해외 도주한 지 3년여 만이다.
김 씨는 인터폴 수배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고, 해외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우리 파견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소재를 확보한 뒤 현지 이민청과 합동으로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 경찰은 6월 초부터 “김씨가 말라떼 인근서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속적으로 탐문해왔다. 지난달 30일 김 씨가 말라떼 한 호텔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필리핀 이민청에 합동 검거를 요청했지만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설득에 나섰고 당일 오후 4시께 김 씨의 소재지로 알려진 호텔로 경찰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호텔은 출입문이 2개라 양쪽을 모두 지키고 있던 중에 낌새를 느끼고 도주하는 김 씨를 추격해 검거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지 당국과 협의해 김 씨의 강제송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김 씨는 지난 2011년 5월 폐쇄회로(CC)TV업체 영업이사인 A 씨 등에게 강원랜드 CCTV 교체 사업권을 따게 해주겠다며 총 2억 5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씨는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친분이 있다고 속여 금전을 편취했고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6년 수사를 받던 중 건강이상을 호소했고, 검찰은 몸이 회복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16대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해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이 후보는 김 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고 동시에 비리 의혹이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대선 후 검찰 조사 결과 해당 녹음테이프는 조작됐고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면탈 의혹은 법적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