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가 13일 “한국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등의 가전제품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생산한 D램.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는 13일 “한국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등의 가전제품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세계에 리스크’, ‘일본의 존재감 저하도’라는 부제가 붙은 관련 기사에서 “일본 기업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해 왔지만, 한국 기업의 조달 분산 움직임이 확산하면 ‘일본 이탈’을 부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제조사인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은 이번 조치가 시작된 지난 4일 이후 수출허가가 나오지 않아 한국으로의 공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홍보 담당자는 “해외 생산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신문은 “삼성 등 한국 기업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폭넓은 제품의 기억장치에 사용되는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50∼7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갖는다”며 “공급이 지연되면 스마트폰 등의 생산도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제조사의 입장에서 ‘고객 기업’이 떠날 우려도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기업들은 불화수소에 대한 투자를 급속하게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의 경우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 조달받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러시아가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규제를 가했을 때 일본 기업은 제3국에서 개발을 강화하거나 희토류를 절약하는 생산방법도 개발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화학업계에서 오르내리는 이야기라며 1993년 스미토모화학의 에히메(愛媛)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거론했다.
해당 공장은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수지 공장이었고 스미토모화학은 전 세계 시장에서 6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폭발사고로 공급에 불안이 생겼다.
신문은 “(일본 기업인) 히타치카세이(化成)와 중국, 대만의 경쟁회사가 생산을 확대해 한 번에 점유율을 빼앗겼다”며 “스미토모화학은 이후에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수석 주임연구원은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일은 최종적으로는 타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한일은 지금까지 외교 관계가 악화해도 경제 측면에서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