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끼페스티벌 고등부 대상을 수상한 댄스팀 S.D.F가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3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9회 끼 페스티벌’ 고등부 대상 수상팀인 S.D.F 멤버들을 이오이미지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최연장자가 이제 겨우 스물 한 살인 이들은 무대에서의 카리스마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수줍음과 천진난만함(?)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무대가 준비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변해 프로 이상의 아우라를 뽐냈다.
리더인 정수환(21) 군을 필두로 오유경(21) 양, 스무살 동갑내기인 라은서 양·안세민 군·안재영 군, 막내인 김승아(17) 양이 이번 제9회 끼 페스티벌에서 S.D.F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수환 군은 “지금은 멤버가 적긴 하지만 미래에는 웅장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뜻에서 ‘Splendid Dacne Family‘라는 팀명을 짓게 됐다”며 “끼 페스티벌에서는 아쉽게 함께 하지 못한 멤버 4명을 포함해 곧 열 명이 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한 S.D.F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제8회 끼 페스티벌을 통해서였다. 수환 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S.D.F는 동아리의 느낌이 더 강했다. 그런데 끼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타게 되고, 무대 영상이 업로드돼서 많은 사람들이 봐 주시고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걸 보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팀을 꾸려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끼 페스티벌이 S.D.F라는 팀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지난 3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제9회 끼페스티벌 본선에서 S.D.F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세민 군 역시 끼 페스티벌을 통해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끼 페스티벌에서는 다른 팀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S.D.F가 대상을 타는 걸 보고 ‘저 팀 재밌다, 잘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후에 좋은 기회가 닿아서 팀에 들어오게 됐고, 올해는 S.D.F 소속이 돼서 대상을 타게 됐다.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큰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상 수상을 예상했나”라는 질문에 멤버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수환 군은 “저희 팀 자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팀이어서 늘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대회에서 저희보다 잘 하는 팀들을 보면 ‘졌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겸손해했다. 유경 양 역시 “저는 올해 처음 참가했는데 참가자들 가운데 댄스팀 뿐 아니라 노래, 마술, 랩처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나온 것을 보고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그랬는데 대상 수상자로 호명이 돼서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S.D.F 사진=임준선 기자
수상 앞에 겸손하면서도 S.D.F는 프로 댄스팀을 향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었다. 특히 지난 3월 열렸던 2019 힙합인터내셔널(HHI· HIPHOP International)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일반부 3위를 차지한 것은 쾌거였다. 2002년 시작된 HHI는 60여 개국 4000여 명의 댄서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힙합 댄스 퍼포먼스 대회다. 이번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는 47개 팀, 1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환 군은 “2~3년 안에 팀의 인지도를 쌓고 싶었다. 그래서 무조건 대회만 계속 나가면서, 상금은 나눠 갖지 말고 차근차근 모아서 카메라와 촬영 장비를 사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는 게 1차 목표였다”며 “그 뒤로는 유명한 대회에 참가하면서 댄서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팀이 되는 게 저희의 두 번째 목표다. 2년 뒤에는 세계로 나가서 다양한 대회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팀의 목표는 곧 멤버의 목표이기도 했다. 모두 “춤이 너무 좋아서 모였다”는 S.D.F의 멤버들은 저마다 한 목소리로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S.D.F 팀으로 춤을 추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재산인 댄서들에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온 셈이다.
S.D.F 사진=임준선 기자
멤버들 간에 “목표도 목표지만 어쨌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춰야 한다”는 덕담 아닌 덕담이 이어진 것은 격한 퍼포먼스의 탓이었다. 특히 HHI와 끼 페스티벌에서 펼쳤던 퍼포먼스는 호응도 높았지만 후유증도 꽤 컸다고 했다.
퍼포먼스를 짜고 있는 수환 군은 “저희 팀이 허리를 많이 쓰는 동작을 주로 해서 연습을 몇 번 하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 한 번 퍼포먼스를 하고 나면 탈진해서 다들 연습실에 누워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 승아 양도 “멤버들이 S.D.F로 활동하면서 춤을 오랫동안 출 수 있도록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언니오빠들의 몸을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무대에 누워 허리의 힘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꿈틀이’ 퍼포먼스를 보여준 재영 군이 요주의 인물이었다. 재영 군은 “연습 중에 놀다가 수환 형한테 ‘형, 이거 어때요’ 하고 보여줬는데 형이 ‘이거 넣으면 관객들이 뒤집어지겠다’ 해서 들어가게 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임팩트가 큰 퍼포먼스였기 때문에 관객들도 뒤집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멤버들도 몸살과 근육통으로 뒤집어질 뻔 했다는 게 무대의 뒷이야기다.
S.D.F 사진=고성준 기자
이처럼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미련 없이 전진을 선택하는 게 젊은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젊은 만큼 더 뚜렷이 보이는 꿈을 두고 몸을 사리며 에둘러가기에는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은서 양과 승아 양은 “팀 전체가 아니더라도 각자 다양한 댄스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다. 저희들 같은 경우는 자메이카 댄스홀이라는 장르를 배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유경 양 역시 “저희는 이제 겨우 시작하는 ’아기 팀‘”이라면서도 “내년, 내후년에는 더 많은 영상들과 대회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힘낼 것”이라고 멤버들의 포부에 힘을 보탰다.
수환 군은 “저희는 앞으로도 인원이 계속 늘어날 거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꾸준히 (대회에) 나오려고 한다”며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영상을 보시고 ’이 팀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앞으로도 많이 좋아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