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시가총액 241조 원, 대한민국 제2증권시장인 코스닥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사기극을 추적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 한국 기업 의 사내이사로 온다는 소식이었다.
해당 기업과 관련해 ‘PD수첩’으로도 제보 하나가 전해졌다. 이 기업의 최대주주가 무자본 M&A로 유명한 이른바 ‘기업사냥꾼’이라는 것.
그렇다면 힐러리의 사내이사 소식은 가짜였던 것일까. ‘PD수첩’은 해당 기업의 임원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실제로 만난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부터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며 ‘꿈의 암치료기’라 불리는 독일의 중입자암치료기를 국내에 독점적으로 들여와 투자만 하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수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기업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암환자들의 ‘이송치료’를 중개하고 있는데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상당수가 오히려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면 해야 한다’는 대표의 말만 믿고 타지로 갔던 환자들은 항암치료보다 더 괴로운 부작용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송치료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업은 직접 ‘중입자암치료센터’를 설립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나섰다.
코스닥의 타짜, 기업사냥꾼들이 기업 가치를 띄우는 또 다른 방법은 상장사에 호재성 신규 사업을 붙이는 것이다. 지난 2부 ‘조국펀드 추적기’에 등장했던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역시 영어교육업체 WFM에 2차전지 사업을 붙여 우회상장을 시도했다.
그런데 익성이 WFM 이전에 우회상장을 시도했던 또 다른 상장사가 있었다.
바로 IT기업 ‘아큐픽스’다. 익성은 사모펀드 코링크PE를 통해 아큐픽스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을 뺐다.
아큐픽스와 익성의 갈등을 암시하는 녹취를 방송 최초로 공개한다. 그리고 이 사건 뒤에서 횡령과 배임을 일삼는 기업사냥꾼들의 사기극과 의문의 죽음에 대해 취재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이런 기업사냥꾼들이 버젓이 활개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외이사와 감사로 자리하고 있는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지적했다.
무자본 M&A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각종 불법행위들에 대한 방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사냥꾼들의 손을 탄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검사 출신의 전관변호사가 이사나 감사로 포진해 있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