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사옥(왼쪽)과 현대차 본사 합성. |
2010년3월 말 전자공시에 올라온 삼성전자 현대차 2009 사업보고서와 LG전자 제공 자료에 따르면 현재 3개사의 사내임원은 총 1355명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0년(LG전자는 2002년) 616명에 비해 2.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3개사 직원 총수가 같은 기간 11만 3397명에서 17만 623명으로 1.5배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10년 전 3개사에서 가장 많은 임원을 배출한 학교는 서울대로 임원 총수 616명 중 111명(18.0%)에 달했다. 그러나 3개사 임원 총수가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현재 서울대 출신 임원은 105명(7.7%)으로 줄어 서울대 편중 현상이 약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 연세대 출신은 66명(10.7%)에서 72명(5.3%)으로, 고려대 출신도 52명(8.4%)에서 77명(5.7%)으로 순위가 살짝 바뀌며 인원은 늘었지만 비율로 놓고 보면 하락세가 눈에 띈다. 10년 전 스카이 학맥이 229명으로 3개사 전체 임원 중 37.2%를 차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는 254명(18.7%)에 머물고 있다.
비중이 줄어든 스카이 출신 대신 해외에서 공부를 마친 유학파 임원들이 급부상했다. 10년 전 75명으로 3개사 전체 대비 12.2%였던 유학파는 현재 331명으로 3개사 임원들 중 24.4%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유학파를 중용해 왔으며 현대차와 LG전자도 최근 들어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임원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10년 전엔 총 14명으로 3개사 임원 중 2.3%에 불과했으나 현재 92명으로 6.8%까지 증가한 상태다. 이밖에 지난 10년간 경북대 출신 임원은 29명(4.7%)에서 81명(6.0%)으로 늘었으며 성균관대 출신은 36명(5.8%)에서 78명(5.8%)으로, 한양대 출신은 41명(6.7%)에서 77명(5.7%)으로 변동했다.
[삼성전자 2000년→2010년]
삼성전자 2000년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삼성전자 내 최대 학벌은 단연 서울대였다. 당시 삼성전자 임원 330명 중 10.6%에 해당하는 35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연세대(30명, 9.1%) 성균관대(25명, 7.6%) 고려대(22명, 6.7%) 경북대(19명, 5.8%) 한양대(18명, 5.5%) 한국과학기술원(14명, 4.2%)이 그 뒤를 따랐다. 스카이 출신은 87명으로 전체 임원의 26.4%에 달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 임원 수는 888명으로 10년 전보다 2.7배 늘어난 상태. 임원 평균 연령도 47.2세에서 49.9세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직원 수는 3만 9828명에서 8만 5085명으로 2.1배 정도 늘었다. 매출액은 26조 원에서 139조 원으로 5.3배, 영업이익은 4조 원에서 11조 원으로 2.8배 불어난 상태.
회사가 질적 양적 팽창을 하는 사이 최대 학벌의 간판이 바뀌었다. 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 74명으로 10년 전 사내 임원 비율(4.2%)의 두 배가량인 8.3%로 늘어난 것이다. 그 뒤를 경북대(66명, 7.4%)가 잇고 있으며 10년 전 최대 학벌이었던 서울대는 세 번째(65명, 7.2%)로 밀려났다. 이어 성균관대(60명, 6.8%) 한양대(52, 5.9%) 연세대(47명, 5.3%) 고려대(46명, 5.2%)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 중 스카이 출신은 총 158명(17.8%)으로 10년 전에 비해 8.6%포인트 줄어들었다. 10년 전 삼성전자 내 해외 유학 출신 임원은 총 71명으로 21.5%였는데 현재는 204명으로 23.0%를 차지해 10년 전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2000년→2010년]
2000년 1분기보고서에 나온 현대차 사내임원 중 최대 학벌은 역시 서울대였다. 당시 전체 임원 99명 중 서울대 출신이 31명으로 무려 31.3%에 달했다. 연세대(13명, 13.1%) 한양대(12명, 12.1%) 고려대(10명, 10.1%) 성균관대(5명, 5.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스카이 출신은 총 54명으로 전체 임원 99명 중 54.5%를 차지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임원 수는 190명으로 1.9배 늘어난 상태. 전체 직원 수가 4만 9108명에서 5만 5984명으로 1.14배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임원 평균 연령은 49.9세로 10년 전 51.8세보다 젊어졌다. 매출액은 14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2.3배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9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2.2배 늘었다.
회사의 덩치가 커지는 동안에도 임원 배출 학교 1위 자리는 서울대가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현격히 낮아졌다. 전체 임원 190명 중 19명으로 10.0%에 해당해 10년 전의 3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다음으로 한양대(16명, 8.4%) 고려대(15명, 7.8%) 인하대(13명, 6.8%) 성균관대(12명, 6.3%) 울산대(11명, 5.8%) 연세대(10명, 5.9%) 순이다.
유학파는 16명(8.4%)을 차지해 10년 전 불과 3명(3.0%)이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10년 전에 비해 특정 학교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출신들이 임원진에 포진돼 있는 셈이다. 다만 현대차엔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선 중용되고 있는 경북대와 한국과학기술원 출신 임원 비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지 않다(2000년 0명→현재 한국과학기술원 6명, 경북대 1명). 반면 정몽구 회장 출신교인 한양대와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 2002년→2010년]
LG전자는 지난 2002년 ㈜LG로부터 분리됐다.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던 2002년 당시 사내임원 수는 187명이었다. 이들 중 서울대 출신이 45명(24.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연세대(23명, 12.3%)와 고려대(20명, 10.7%)가 이으면서 전체 임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47.1%를 스카이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다음으론 부산대(19명, 10.2%) 한양대(11명, 5.9%) 경북대(10명, 5.3%) 한국외국어대(10명, 5.3%)가 그 뒤를 이었다.
출범 9년째를 맞는 지금 LG전자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직원 수는 당시 2만 5024명에서 2만 9554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매출액은 14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영업이익도 6000억 원에서 1조 6000억 원으로 2.7배 불어난 상태다. 임원 평균 연령은 48.7세로 2002년 48.9세와 큰 차이가 없지만 임원의 수는 277명으로 1.5배가량 늘어났다.
임원 출신학교 비율에서도 2002년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유학파가 현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2년엔 불과 1명(0.5%)이었던 유학파는 현재 111명이다. 임원들 중 유학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0%에 이른다. 2002년 출범 당시 스카이 출신이 쥐고 있던 LG전자 내 주도권이 이젠 유학파로 넘어온 셈이다. 특히 LG전자 직원 교육·연수 등으로 교류를 맺어온 핀란드 헬싱키대(핀란드 University of Helsinki) 출신 임원이 26명으로, 전체 277명 중 9.4%를 차지했다.
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지난 1996년 재단을 인수한 성균관대 출신을 임원으로 적극 등용해온 것과 달리 LG전자엔 2002년(6명, 3.2%)에나 지금(6명, 2.2%)이나 이 학교 출신 임원의 비중은 적다. 반면 삼성전자(14명, 1.6%)나 현대차(8명, 4.2%)에선 그 비중이 크지 않은 부산대 출신 임원이 LG전자엔 24명(8.7%)이나 된다. 서울대 출신 임원이 21명(7.6%)으로 그 뒤를 이었으나 2002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음으로 고려대(16명, 5.8%) 연세대(15명, 5.4%) 경북대(14명, 5.1%) 순이며 2002년엔 한 명도 없던 한국과학기술원 출신(12명, 4.3%)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라이벌 통신사 학벌 분석
SKT 서울대·LGT 과기원 ‘최다’
그런데 임원 학벌 분포도에선 차이가 난다. SK텔레콤 내 최대 학벌은 단연 서울대다. 전체 임원 102명 중 20명(19.6%)이 서울대 출신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교인 고려대가 9명(8.8%)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정만원 현 대표이사 사장이 나온 연세대 출신이 8명(7.8%)에 이른다. SK텔레콤 내 ‘스카이’ 출신은 총 37명으로 전체 임원의 3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 성균관대(5명, 4.9%) 등이 많은 임원을 배출했다.
이상철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일재 퍼스널모바일사업본부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서울대 출신인 LG텔레콤에선 서울대 대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최대 학벌을 점하고 있다. 전체 임원 63명 중 12.3%에 해당하는 8명이 한국과학기술원 출신. 뒤를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7명(11.1%)이며 연세대 출신이 4명(6.3%)이다. 스카이 출신 임원은 총 18명으로 전체 임원의 28.5%를 차지해 SK텔레콤보다는 다소 적다.
국내 학벌 분포도엔 다소 차이가 있는 두 회사가 유학파를 중용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도 발견된다. SK텔레콤 임원들 중 유학파는 총 32명으로 31.4%에 이르며 LG텔레콤엔 유학파 임원이 20명으로 31.7%에 이른다.
어떻게 조사했나
<일요신문> 935호 ‘4대그룹 임원 최종학력 분석’에 이어 이번에 기획한 ‘3개 기업 임원 최종학력의 과거와 현재 변화상’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작성했다. 현재 자료는 지난 기사와 같이 2009 사업보고서 ‘임원 및 직원의 현황’에 공개된 상근 사내임원(사외이사 감사 등 제외)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사업보고서 기준일인 2009년 12월 31일 이후 제출일(3월 31일)까지 변동사항은 공시대로 반영했다. 보고서에 학력이 공개되지 않은 LG전자와 SK텔레콤은 회사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과거 자료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10년 전인 2000년 1분기보고서(이하 기준일 3월 31일)를, LG전자는 ㈜LG에서 분리 직후인 2002년 1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대상자 최종학력 기준은 지난호 기사와 동일하게 했다. 기업별, 시점별 분석 대상과 인원은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 2000년 330명, 2010년 888명 △현대자동차: 2000년 99명, 2010년 190명 △LG전자: 2002년 187명, 2010년 277명 △SK텔레콤 102명 △LG텔레콤 63명.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