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프라자 건물은 원래 ‘신원프라자’라는 이름으로 지난 96년 11월에 지어졌다. 당시 건물주는 (주)신원건축의 대표 이아무개씨였다. 그런데 이 건물을 짓는 도중 경기가 침체되고 회사 재정이 악화되면서 결국 이 건물을 조속히 팔아야할 입장에 놓였다고 한다.
이씨측은 “그 건물을 무리하게 짓다가 우린 다 털어먹었다”라며 “건물을 매각하려는데 마땅한 임자가 나타나지 않던 중에 갑자기 IMF 위기가 찾아왔고 제값도 받지 못한 채 팔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지난 12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전두환씨의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은닉재산 공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시위를 벌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전두환씨의 3남 재만씨가 이 건물을 인수했다는 사실에 이씨측은 “그런 사람이 지금 주인이 된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누가 주인이 되든 이젠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98년 1월 결국 이 건물의 소유주는 (주)신원건축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김아무개씨로 바뀌게 된다. 당시 건물 매입 경위와 매입 가격 등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사생활이므로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4년여 만인 지난해 5월 이 건물의 소유권자는 전재만씨로 바뀌게 된다. 김씨는 전재만씨에게 건물을 팔게 된 배경과 매매가에 대한 질문에도 사생활임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김씨는 “중개업자를 통해 전재만씨를 알게 됐으며 그 전에는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었다”고만 밝혔다. 전재만씨의 소유로 넘어가면서 이 건물의 명칭도 신원프라자에서 한남프라자로 바뀌게 됐다. 김씨는 현재 D물산이라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전 소유주인 김씨는 여전히 이 건물을 드나들며 ‘일’을 본다고 한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주인은 전재만씨로 바뀌었지만 김씨가 건물주 대리인 겸 관리인 역할을 맡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 내 세입자들과의 계약 문제를 모두 김씨가 맡아서 처리한다는 것.
이에 대해 김씨는 “전재만씨와 건물 매매계약을 할 때 당분간 건물 내 세입자 관리를 내가 맡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남프라자 내의 세입자들이 모두 독일계 기업들이라 어려움을 느꼈는지 전재만씨가 내게 관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며 “그 기업들이 모두 나를 통해 입주 계약을 한 것이라 안면이 있는 내가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승낙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건물주가 바뀌자 한남프라자에서 가장 큰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주)하이델베르그가 나가겠다고 해서 김씨가 적극적으로 나서 입주 계약을 연장해주었다는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지금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모두 연 단위로 계약중이며 올 연말 이들 기업들과의 내년 계약 부분까지만 정리해주고 나도 손을 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건물세입자 관리를 해주고 있는 김씨는 전재만씨로부터 아무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건물 매매계약 당시 전재만씨가 하도 간곡하게 청해서 당분간만 건물 세입자 관리를 해줄 뿐 전재만씨로부터 돈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새 주인에게 팔아 넘긴 전 주인이 1년이 넘도록 새 주인을 위해 세입자 관리를 ‘공짜’로 해주고 있다는 셈이다.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