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사업가인가 아닌가
지난 6일 D 사 대표 이 아무개 씨는 패션 디자인업체 제이튠크리에이티브의 주주 7명과 함께 가수 비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통해 이 씨는 피고들이 제이튠크리에이티브 설립 과정에서 주식 납입금 25억 원을 가장 납입하고 상업등기부에 등재했으며, 비의 모델료 명목으로 20억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가 제이튠크리에이티브의 주주로서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비가 사업가라는 부분을 명확히 하며 피고소인이 된 까닭을 밝힌 것.
이에 대해 비의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비는 실제 3년 동안 의류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고 당시 받은 모델료로 제이튠크리에이티브 주식을 구입해 주주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모델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비는 모델과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 경영에는 전혀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비는 사업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이튠’이라는 명칭을 회사명에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두 회사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이튠크리에이티브와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가 조동원 씨로 동일하고 비는 두 회사 모두의 주요 주주다.
연예계에선 비가 이미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사업가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 설립 당시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벤처스기업구조조정조합이었다.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기업구조조정조합이 아시아기업구조조정1호조합으로 바뀌어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10월 비가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아시아기업구조조정1호조합이 해산하면서 자동적으로 비가 최대주주가 된 것. 이로 인해 비는 이수만 배용준 박진영 양현석 등과 비슷한 케이스의 연예인 CEO가 됐다. 물론 비는 최대주주의 지위만 갖고 있을 뿐 실질적인 경영은 조동원 대표이사가 담당했을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연예계에선 연예인이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엔 대표이사 겸임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가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의 관건 가운데 하나인 비의 제이튠크리에이티브 경영 참여 여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연예계 시각에선 분명 비는 현재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얽히고설킨 회사 구도
비의 팬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는 비가 키운 것으로 알려진 그룹 엠블랙이 왜 제이튠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 제이튠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은 비와 연정훈 둘뿐이다. 반면 엠블랙의 소속사는 제이튠캠프다.
한동안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제이튠캠프가 진정한 비의 소속사라는 얘기가 있었다. 제이튠캠프는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를 대행해주는 업체였다. 두 회사는 지분 관계가 전혀 없고 중복 임원도 없어 계열사로 등록되진 않았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이사 역시 구태원 씨가 맡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사안은 비의 부친 정기춘 씨가 최대 주주로 알려져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연예계에선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있을 당시 정 씨가 제이튠캠프를 통해 차후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세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가 지난해 10월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이런 설들은 모두 사실무근이 됐다. 현재 제이튠캠프는 인도네시아 홍콩 일본 대만 등 비의 아시아 투어 공연을 제이튠엔터테인먼트와 단일 판매·공급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다. 또한 비가 키운 그룹 엠블랙의 소속사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제이튠’ 시리즈 세 회사가 각기 계열사는 아니지만 모두 비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회사로 공존공생하고 있다.
이렇게 비가 최대주주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두 회사가 얽혀 있는 구도는 다른 연예인 사업가들과는 다소 다른 형태다. 특히 매니지먼트 영역이 겹치는 제이튠엔터테인먼트와 제이튠캠프의 경우 비와 엠블랙의 소속사가 달라 팬들까지 혼동할 정도로 이해가 쉽지 않은 구도다. 또한 제이튠크리에이티브의 경우 이번 소송에서 ‘금융사기 및 배임횡령을 위해 연예인을 내세워 투자를 유인한 뒤 투자금을 빼돌리고 단기간에 폐업하려 하는 회사’ 취급을 받고 있다.
@ 다른 형태의 엔터주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행보는 증권가에서도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제이튠엔터테인먼트가 기존 엔터주들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라고 설명한다. 증권가에선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불거진 전기자동차 전문업체 씨티앤티의 제이튠엔터테인먼트와의 우회상장설을 언급한다.
지난해 9월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등기상의 사업 목적에 전기자동차 관련 사안을 등재하고 비를 씨티앤티 홍보대사로 내세울 만큼 씨티앤티의 우회상장에 적극적이었다. 증권가에도 이런 소문이 알려지면서 잠시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요동을 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본부의 공시요구에 ‘씨티앤티에 지분투자 등을 포함한 사업협력을 협의한 바 있으나 우회상장 및 공동사업 분야와 관련하여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대 연예기획사 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커피사업에 손을 대는 등 연예기획사가 다른 사업부문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종종 보긴 했지만 전기자동차 업체 우회상장과 같은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며 “예당엔터테인먼트가 대체에너지 사업에 손을 댄 경우 정도가 비슷한 상황인데 예당 역시 이 과정에서 엄청난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비가 최대주주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두 회사 제이튠캠프, 제이튠크리에이티브 등과 함께 단순한 연예기획사가 아닌 기업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리고 경영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비가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