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발레를 전공해서 그런지 비보이는 무용이 아닌 하나의 대중적인 공연으로만 생각했어요. 발레는 고급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비보이는 춤 자체가 땅바닥을 중심으로 해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이런 그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소개로 출연 제안을 받은 친구를 따라갔던 것이었다. 정말 우연히 다가온 출연 제의, 홍현영의 생각을 바꾼 것은 직접 본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였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발레만 하며 느끼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홍현영 주변의 발레리나들은 비보이에 대한 편견을 다 버리진 못한 듯하다. 친한 친구들마저 비보이들과 친해지지 말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란다.
“비보이 분들은 오히려 더 순수하고 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들이에요. 비보이들이 춤추는 걸 보면 정말 힘들어 보이는 데 그들은 힘든 만큼 열정적이고 춤을 즐겨요.
“처음에는 발레에 집중할 수 없어 솔직히 기분이 나빴어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마치 모르는 사람한테 막말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차츰 적응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관객의 반응이 시들하면 힘이 쭉 빠져 버려요. 비보이 공연 땐 시끌벅적하던 객석이 발레를 할 땐 자연스럽게 조용해지면서 내가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그만큼 우리 공연 문화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홍현영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이 모두 끝나면 다시 클래식 발레의 세계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 공연 출연을 계기로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이번 공연 역시 자신의 발레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출연한 것이라고. 발끝으로 하는 발레와 손끝으로 하는 비보이의 절묘한 조화가 그의 발레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준 모양이다. 홍현영은 마지막으로 부탁의 말을 하나 남겼다.
“제발 암전 때 사진 찍지 말아주세요. 어두운 무대 위가 궁금한 마음은 알겠는데 암전 때 터지는 플래시가 공연의 흐름을 끊어 버리거든요. 제발 부탁드려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