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영. |
시간이 꽤 지난 얘기지만 지난 2002년 SBS <한밤의 TV연예> MC를 맡고 있던 김정은은 무척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연예계는 황수정에 이은 성현아의 엑스터시 복용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태였고, 이런 소식들은 당연히 <한밤의 TV연예>에서도 소개됐다. 그런데 성현아의 사건을 전하는 김정은의 표정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붉어졌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절친한 친구의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것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오히려 ‘뭔가 찔리는 게 있어 그런 게 아닐까’라는 의혹의 눈초리로 변해갔다.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던 김정은은 결국 검찰 조사를 자청해 마약 복용설이 사실무근임을 입증해내야 했다.
당시 제작진의 일원이었던 한 PD는 “솔직히 김정은 씨의 무혐의를 믿고 있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만약의 상황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검찰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말 초초하게 기다렸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만큼 연예정보 프로그램 안방마님은 만만치 않은 자리다.
그런가하면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MC 현영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열애설과 결별설을 모두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최초로 인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초 김종민과의 열애설이 보도되면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현영 측은 열애설에 대한 일체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MC를 맡고 있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조차 침묵으로 일관할 순 없는 일. 사실 여부를 묻는 MC 김용만의 질문에 현영은 “좋은 감정으로 잘 만나고 있어요”라며 열애설을 최초로 공식 인정했다. 그렇지만 현영과 김종민은 결국 결별이라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이때도 현영은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도중 스스로 결별 사실을 공개했다. 나중에 현영은 이때가 자신의 방송 인생에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난감했던 현영의 심정과는 달리 <섹션TV 연예통신>의 시청률은 급등했다.
여자 MC 가운데 최장 기간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한 SBS <한밤의 TV연예> 2대 MC 이소라는 오랜 진행 경험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일찌감치 90년대 후반 개그맨 신동엽과의 스캔들을 생방송을 통해 밝힌 바 있는데, 당시 그가 직접 입을 열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만큼 그의 발언은 무척이나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용기도 신동엽의 마약 사건 앞에선 무너지고 말았는데, 신동엽이 대마초 파문에 휩싸이자 이를 방송에서 소개해야 하는 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잠적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몇 주 연속으로 방송을 펑크낸 뒤 MC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몇 년 뒤 KBS <연예가중계> MC로 복귀한 그는 또 다시 신동엽의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전한 내용은 다름 아닌 신동엽의 결혼발표 소식이었다.
▲ 왼쪽부터 김정은, 서경석, 이소라. |
연예정보 프로그램 안방마님 자리를 주로 미모의 여배우들이 맡는 것과 달리 남자 MC 자리는 다양한 이들이 맡는 편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무게를 잡아줄 수 있는 아나운서의 비중이 큰 편인데 <한밤의 TV연예> 초대 MC 이계진을 필두로, 오랜 기간 KBS <연예가중계>를 진행한 김병찬, 정계 진출 전까지 <한밤의 TV연예>를 맡았던 유정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케이블 채널 데일리 연예정보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는 인터뷰를 통해 “뉴스 진행을 못 다한 한을 연예 뉴스를 통해 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중파 3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역대 MC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재밌는 사실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3사의 프로그램 가운데 2군데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은 경우다. 그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이소라로 SBS <한밤의 TV연예>를 통해 연예정보 프로그램 MC의 이미지를 굳히고 몇 년 뒤인 2003년부터는 KBS <연예가중계>에서 MC로 활동했다. 마찬가지로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초대 MC였던 서경석은 군 입대 직전까지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뒤 군 제대 후에는 유정현의 공백을 틈타 SBS <한밤의 TV연예>의 진행을 맡게 된다. 4년 만의 MC 복귀가 라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 셈. 서경석은 “당연히 군 제대 후에도 <섹션TV 연예통신>을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후임 MC였던 김용만이 워낙 자리를 잘 잡아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같은 프로그램에서 리포터와 MC로 종횡무진 활약한 경우도 여럿 있다. 신입 아나운서로 <한밤의 TV연예> 출범 당시 리포터로 투입됐던 유정현은 훗날 MC가 돼 다시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하게 된다. 또한 그룹 샤크라 시절 리포터로 활동했던 정려원은 몇 년 뒤 <섹션TV 연예통신> MC로 다시 출연했다. 그런가 하면 <섹션TV 연예통신> MC로 활동한 한예슬은 데뷔 초 ‘김예슬이’라는 본명으로 <한밤의 TV연예> 리포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