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 ‘재벌’과 ‘연예인’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사업 파트너’ ‘가족 같은 친분’ ‘친구’ 등으로 연계되면서 건전한 인맥 관계로 이들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는 것. 2010년 달라진 재벌과 연예인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일요신문>은 939호를 통해 영화배우 이정재가 대상그룹 맏딸인 임세령 씨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로 2박 3일 동안 해외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동반 해외여행을 두고 두 사람의 관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들은 사업상의 이유로 함께 출장을 다녀온 것일 뿐이며 단 둘이 아닌 네 명의 동행자가 더 있었다고 밝혔다.
사업상 목적의 해외 출장이 사실이라면 과연 이정재와 임 씨가 어떤 계기로 친분을 갖게 됐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를 둘러싸고 연예계엔 다양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이정재가 절친 정우성과 함께 패션 사업을 벌이면서 패션업계 지인들과 알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우연히 임 씨를 알게 돼 친분을 쌓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지만 임 씨의 연예계 인맥은 이정재 정우성 외에도 많다. 따라서 임 씨가 친분 있는 한 패션업체 고위관계자를 통해 연예인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에 더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정재뿐 아니라 정우성 김민희 디자이너 우종환 등이 대표적인 임 씨의 연예계 인맥으로 손꼽히는 데 임 씨가 김남진 김민희 등과 함께 찍은 사인이 인터넷에 나도는 등 임 씨가 연예인들, 특히 패셔니스타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소영(왼쪽)은 삼성가 이서현 전무(오른쪽 사진의 왼쪽), 이부진 전무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
최근 몇 년 새 재벌과 연예인의 연결고리는 패션업계 이외의 지역으로 계속 확장돼 가고 있다. 청담동 파티계에서 유명인사로 ‘연예인 쇼케이스’ 및 ‘대기업 론칭 파티’ 등을 기획하는 파티 플래너 문슈는 연예인과 상류층 인사들만 모이는 ‘시크릿 파티’ 모임이 있다고 얘기한다.
문슈는 “특별히 연예인과 재벌가 사람들만 모이도록 파티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고 평소 친분 있는 연예인과 재벌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리끼리 파티를 한번 하자고 의견을 내면 내가 시크릿 파티를 준비하곤 한다”며 “자꾸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친한 이들끼리 모여 재밌게 파티를 즐기는 건전한 자리”라고 설명한다.
문슈에 따르면 연예인과 재벌의 인맥은 매우 다양하게 얽힌다. 소위 명문가 연예인으로 손꼽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어려서부터 재벌가 2, 3세들과 친한 이들이 많다. 이런 경우 집안끼리 아는 사이라 대부분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낸다. 이들을 중심으로 문슈와 같은 청담동 파티계에서 넒은 인맥을 자랑하는 이들이 파티 등에서 서로 소개해줘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다. “파티에서 자주 만나 알고 지내다 나중에야 재벌 2~3세임을 알게 된 이들도 있고, 여기서 먼저 알게 된 친구들 가운데 나중에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된 경우도 있다”는 문슈는 “처음부터 연예인과 재벌이 만나는 게 아니라 모두 청담동 사교문화의 일원으로 만나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다”라고 설명한다.
▲ 위 사진은 가수 비.아래 왼쪽부터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신영자 사장. |
이는 비의 스페셜 음반 <백 투 더 베이직> 속지 속 ‘VIP Thanks TO’란에 적힌 내용으로 여기 거론된 이들은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최영수 호텔롯데 면세점 대표 등으로 모두 재벌가 인물들이다. 비는 기자회견에서 이들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라며 “삼촌, 어머니, 이모처럼 저를 챙겨주고 정말 큰일이 있을 때 제가 상의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얼핏 보면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면세점, CJ 계열사는 모두 비가 CF 모델로 활동했던 기업들이다. 그렇지만 비와 재벌가 인사들은 CF 모델과 광고주 이상의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CJ 이미경 부회장과의 친분이 각별한데 비가 국제적인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를 비롯해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로 사업을 이끄는 과정 등에서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 이재현 회장과도 친분이 남달라 이 회장의 맏딸 경후 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을 정도다. 한편 CJ 이미경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매진하며 비 외에도 양현석 싸이 등 폭넓은 연예인 인맥을 자랑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