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연예계의 첫 번째 몸짓은 ‘월드컵송’으로부터 시작됐다. 티아라가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을, 카라는 ‘위 아 위드 유(We Are With You)’, 그리고 애프터스쿨은 붉은 악마 공식 응원앨범에 ‘드림스 어게인(Dreams Again!)’이란 곡을 실으며 월드컵송 대열에 합류했다.
곧이어 남성 아이돌 그룹들도 가세했다. 2AM은 2010 남아공월드컵 공식음반 에 아시아 가수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월드컵송 ‘No.1’을 불렀고 슈퍼주니어도 남북한 월드컵 대표팀 공동응원 곡으로 기획된 ‘빅토리 코리아(Victory Korea)’를 곧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인기 절정의 빅뱅은 ‘피겨퀸’ 김연아, 록밴드 트랜스픽션 등과 함께 월드컵송 ‘승리의 함성(The Shouts Of Reds Part.2)’을 발표했다. 연예인이 아닌 김연아의 참여가 눈길을 끄는데 김연아는 이 노래 외에도 이승기와 듀엣으로 SBS 월드컵 캠페인송까지 부른다.
월드컵송을 발표할 경우 월드컵 기간 내내 왕성한 활동을 벌일 수 있고 음원 수익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 월드컵 열기가 가장 후끈 달아오르는 길거리 응원전에 초대될 경우 상당한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이미 월드컵 때마다 그 효과가 입증된 터라 인기 가수들이 앞다퉈 월드컵송을 발표한 것이다. 빅뱅 김연아, 트랜스픽션 등이 함께 부른 ‘승리의 함성’처럼 CF에 활용되는 경우 거액의 CF 출연료까지 챙길 수 있다.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는 대기업도 적극적이고 그 선발부대는 단연 CF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다. 연예인 입장에선 고액의 CF 출연료를 받는 동시에 반복적인 방송 노출로 인해 월드컵 응원에 앞장서는 좋은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최고의 톱스타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 상반기 최고의 CF 모델이었던 김연아를 비롯해 박지성과 이청용 등 국가대표팀 현역 선수들, 그리고 황선홍, 유상철, 최진철, 김태영 등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전설들이 월드컵 CF를 선점한 가운데 김장훈과 싸이, 비(정지훈), 카라, 빅뱅 등의 연예인이 가세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연예계에선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월드컵녀’가 꼽힌다. 연예계 데뷔 전인 신예를 응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화제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든 뒤 연예인으로 데뷔시키는 방법으로 2002년 미나, 2006년 ‘엘프녀’ 한장희가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지난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당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하던 모습이 포착된 레이싱걸 김하율이 ‘상암동 응원녀’라 불리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반면 김하율은 “소속사도 없는데 웬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순수한 응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영화계 역시 월드컵 기간은 사실상 개점 휴업이 예상된다. 월드컵 직전인 6월 3일 <방자전>이 개봉하고 월드컵 개막 시점인 10일엔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 <맨발의 꿈>과 공포영화 <귀>가 개봉한다. 이후 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의 마지막 경기 다음 날인 6월 24일에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와 구혜선의 감독 데뷔작 <요술>이 개봉 예정이다. 결국 월드컵 기간 중에는 외화들만 개봉하는 셈. 다만 차승원 김승우 권상우 탑 등 톱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전쟁 블록버스터 <포화 속으로>가 유일하게 월드컵 기간 한 가운데인 6월 17일에 개봉한다. 영화 제목처럼 월드컵 열기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 셈.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칸 영화제에서 <하녀>와 <시>가 좋은 반응을 얻어냈지만 월드컵으로 인해 영화계는 커다란 흥행 호재를 눈앞에서 날리게 됐다. 7월엔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대표팀이 또 한 번 4강 신화를 만들어낸다면 영화계 역시 가요계처럼 모든 일정이 엄청나게 꼬여버릴 수도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월드컵 기간이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 일부 톱스타를 제외한 대다수의 연예인에겐 상당히 암울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월드컵 경기 중계와 관련 특집 프로그램들로 인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결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와 MBC 파업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예능인들은 월드컵 기간에 또 한 번 원치 않는 휴가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능인이 대거 소속된 디초콜릿이앤티에프 관계자는 “월드컵은 예상된 상황이지만 그 전에 천안함 사태와 MBC 파업이 연이어 터져 이제는 생존의 문제와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몇 달 째 수입이 제로인 예능인들도 있을 정도”라고 얘기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