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세계적인 스타 비(본명 정지훈)의 군 입대 시점을 두고 연예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 한창 세계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 역시 비 의존도가 높아 그가 당장 군에 입대할 경우 연예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비는 오는 9월 28일자로 입영 날을 지정받았다. 그런데 비는 오늘 9월 방송 예정인 KBS 2TV 드라마 <도망자>에 출연할 예정이라 가능하면 9월 28일 입대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 입영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원 재학을 이유로 한 입영 연기는 만 28세까지만 가능하다. 비는 1982년 6월 25일생으로 만 28세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의 경우 입영 연기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도망자> 출연을 사유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병역법상으로는 드라마 출연이 입영 연기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병무청은 이런 경우 심사를 거쳐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입영을 연기해주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입영 연기를 목적으로 일부러 출연 계약을 하는 등의 고의성만 없다면 방송이라는 공공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심사를 거쳐 연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비의 경우 대학원 재학 사유가 아닌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도 충분히 입영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경우가 최근에 또 있었다. 본래 3월에 입대해야 했던 배우 김남길 역시 SBS 드라마 <나쁜 남자>를 촬영 중이었던 터라 3개월을 연장해 6월 말에 입대하게 됐다. 이로 인해 <나쁜 남자> 중도 하차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남길은 다행히 드라마 촬영을 마친 뒤 입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준기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입대했다. 지난 5월 3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통해 현역병으로 입대한 이준기는 올 하반기 영화 <그랑프리>와 드라마 <신의>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지난 4월 입대 영장을 받은 이준기는 입영 연기를 시도했지만 병무청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영화 <그랑프리> 촬영 도중에 입대하게 됐다. 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들려오기도 했다. 영화 <그랑프리>는 지난 4월 2일 크랭크인해 4회차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이준기가 중도 하차했다. 영화 <그랑프리> 제작사 측이 “입대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에서 출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돈 것. 소속사의 공식 발표를 통해 법적 소송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이준기의 군 입대가 급박하게 이뤄진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준기의 일부 팬들은 이준기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입영 연기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천안함 사태로 군 입대 기피 현상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 김남길, 이준기. |
그런데 이처럼 당연시되던 연예인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두고 최근 들어 특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4~5년 전에만 해도 연예인의 주된 병역 비리는 병역 기피였다. 그렇지만 미국 국적 취득 이후 연예계에서 퇴출된 유승준, 병역 비리 수사에서 적발된 송승헌 장혁 한재석, 그리고 문희준을 비롯한 군 전역 이후 오히려 이미지가 좋아진 연예인들로 인해 이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면서 오히려 연예인의 병역 비리 양상이 병역 기피에서 입영 연기로 변해가고 있다. 실제로 스타급 연예인이 아닌 병역 미필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다양한 편법으로 입영을 연기하고 있다. 각종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자격·면허시험 응시(운전면허 제외)나 질병 또는 심신장애 등의 사유로 입영을 연기하는 것. 연예계에선 이런 편법적인 입영 연기가 연예계에 또 다른 태풍을 몰고 올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의 소리도 많다.
지난 3월엔 경북지방경찰청이 입영 대상자들에게서 돈을 받고 입영시기를 늦춰준 혐의로 전산학원장 최 아무개 씨를 구속하고 학원 직원 안 아무개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이들에게 돈을 주고 상습적으로 입영을 연기한 55명이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일부 연예인이 연루돼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연예인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수사기관의 불법 입영 연기에 대한 수사가 계속될 경우 연루 연예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 변화로 인해 당연시 여겨지던 스타급 연예인들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 입영 연기가 스타급 연예인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각종 편법을 활용해 입영을 연기하려 하는 비 스타급 연예인에 비해 스타급 연예인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게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입영을 연기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더욱 엄청난 특혜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스타급 연예인의 드라마 출연을 ‘공공의 목적’으로 봐야 할지 개인의 ‘상업적 목적’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병무청은 “연예인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혜는 아니다”라며 “일반인도 마찬가지로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는 적절할 사유가 있을 경우 진술서 등을 제출받아 심사를 거쳐 입대를 연기해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