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기간이 한 달 정도 남은 현재 경기장 경주도로가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
2006년 전남이 개최권을 따내면서 올 10월 22~24일까지 3일 동안 전남 영암에서 F1대회가 열리게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의 준비상황을 체크해 보니 안팎으로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 18일이면 경기장이 완공될 시점이지만 아직 서킷(경기도로)의 형태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진행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4월 28일 영암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경기장 완공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경기장의 핵심인 경주도로는 윤곽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주변에는 러브호텔 몇 곳과 폐업한 음식점이 전부였다. 대회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장소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본래 경기장이 지어질 장소는 논밭으로 쓰던 간척지다. 이 일대를 전남도청에서 매입한 후 KAVO(포뮬러원 유치권을 확보한 프로모터사 MBH와 개최지 전라남도가 2006년 9월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가 시공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 2007년 1월을 시작으로 올해 7월 18일까지 F1 경기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A 공사업체 관계자는 “정권 바뀌면서는 재정지원에 대한 의견이 달라져 돈이 없어 중단된 적이 있다. FIA(국제자동차협회)에서는 안전을 위해 F1 서킷에 기존 국내 도로에 사용되는 아스콘보다 2배 강화된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규정에 맞는 자재를 판매하는 업소가 없다 보니 전부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비용문제로 도로를 깔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숙박과 교통문제 역시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회가 열리는 3일 동안 2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전남도는 3월 말 F1 티켓 발매 시점에 맞춰 온라인 숙박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F1 공식 홈페이지 내 숙박 안내를 클릭하자 전남도청 홈페이지에 있는 관광정보로 이동하게 돼 있었다. 이에 대해 도청 내 F1 전담팀 숙박 관계자는 “일반 관람객들은 인근 모텔 중 한 곳을 자유롭게 예약하면 된다. 만약 힘들다면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빈 방을 알아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홈스테이나 F1 캠핑촌은 “현실적인 문제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20만 명 중 2만 명 정도가 외국 관람객일 것으로 예상돼 의사소통 문제 역시 꾸준히 지적됐다. 선수단 지정숙소 역시 경기장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모텔이다 보니 통역 지원 부분은 행사진행의 중요과제로 꼽혔다. 전남도청에서는 이에 대해 5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통역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봉사자들의 숙소지원도 무산된 상태인 데다 지원자가 적어 인원을 다 채우지 못 한 상황이다.
▲ 인근에 낡은 모텔과 음식점이 덩그러니 있는 모습. |
경기장 인근 주민들은 F1 경기장 공사가 지연되고 주변 시설이 계획대로 만들어지지 않자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멸치잡이 관광객으로 계절 특수를 누려왔으나 지난 3년 동안 흙을 퍼다 나르는 통에 인근 상권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낚시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여객선(유람선으로 대체)이 오고 가 관광객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하더니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제공하는 바지선을 빌려 여객선 접안시설로 쓸 계획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이건 주먹구구식 대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남도청 내 F1 조직위원회 교통 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객선 대신 유람선을 이용해 이동할 계획이다. 도청에서 직접 나서 선사와 계약할 수 없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통합 상품 형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어 “접안시설의 경우 따로 공사를 할 필요 없이 해양항만청과 논의해 기존의 삼호부두를 이용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대안으로 바지선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만청 관계자는 “비용 문제로 여객선이 유람선으로 대체됐다고 들은 후부터는 아무런 계획을 들은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신들도 한국 F1 대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BBC가 발간한 F1 프리뷰 책자에 F1 팀 맥라렌 팀 보스는 한국대회에 대해 “대회 장소 주위 4~5시간 거리에 아무것도 없다”며 “해외방문객이 인천공항에 내려 또는 지방공항에 내려 대회장소를 제대로 찾아갈 수나 있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독일 시사잡지 는 “공사가 지연돼 대회 60년 역사 최초로 F1 행사가 연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