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감기는 일주일이면 낫는다. 기침이 그 이상 지속될 땐 숨은 원인이 있는지 봐야 한다. |
날씨 때문인지 아이들의 감기가 오래 가서 걱정하던 주부 J 씨(32·광명). 네 살인 큰아이는 감기약을 여러 차례 먹어도 낫지 않고 마른기침을 계속 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종합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촬영했더니 폐렴으로 진행돼 약을 3주가량이나 복용해야 했다. 연년생인 둘째 역시 가벼운 감기인가 싶더니 쉽게 낫지 않고 기침이 이어져 ‘큰아이처럼 단순한 감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중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기침을 하면 그저 감기려니 생각하지만 기침이 1~2주 이상 길어지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원래 기침 자체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작용 중 하나다. 기침을 통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유해물질을 막고 기관지, 폐에 있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침을 계속 할 때는 감기를 비롯해 천식, 비염, 축농증 등은 물론 위식도역류 같은 소화기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런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기침이 사라진다.
기침이 계속 나오는데도 감기려니 하고 그대로 두지 말고 1주 이상 지속될 때는 숨은 원인이 있는지 봐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만성기침으로 진단하는데,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천식=아이들에게 흔한 원인으로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기도의 크기 자체가 좁기 때문에 조금만 염증이 생겨도 공기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의 소아 천식은 알레르기 증상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태열 등을 겪은 아이의 경우 기침이 잦으면 천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로 알레르기 유발 원인, 즉 실내 먼지나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등에 의해서 생긴다.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등에 의해서 심해지고 정서불안 같은 이유로도 심해질 수 있다.
천식이 되면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을 보이는데 아이가 잠들기 전후나 자다 깨서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열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기와 차이가 있다.
아이에게 다른 알레르기 증상 없이 모세기관지염이나 일반적인 기관지염일 때는 감기 증상이 호전되면 기침도 잘 사라진다.
성인의 경우 기관지천식으로 기침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 등 증상을 보이는 천식이 있는가 하면 ‘기침형 천식’이라고 해서 기침만 하는 천식도 있다. 만성기침 환자의 30~40%가 이에 속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때의 기침은 마른기침이면서 발작적이고 담배연기, 운동,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될 때 더 심해진다.
△후비루 증후군=만성기침의 가장 흔한 세 가지 원인이 기관지천식과 후비루 증후군, 그리고 위식도역류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이 후비루 증후군이다. 기침과 함께 콧물이나 코막힘, 코가려움증 등 코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비루 증후군은 말 그대로 콧물이 뒤쪽 인후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 기침을 유발하는 증상이다. 주된 원인은 비염이나 비인후염, 축농증으로 부르는 부비동염 등이다. 자려고 누울 때 기침이 더 심해지면 후비루 증후군이 의심된다. 보통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보다 누워 있을 때 콧물이 더 잘 넘어간다.
△위식도역류=호흡기뿐만 아니라 소화기 건강에 이상신호가 켜져도 기침을 할 수 있다.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와 후두 사이의 인두로 역류하는 역류성식도염이 바로 그것이다. 만성기침 환자의 10~21%가 위식도역류에 의한 기침으로 알려져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소리가 변하거나 인후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경우, 자주 목이 답답한 경우에는 한번쯤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보통 과식을 한 후나 누운 자세에서 증상이 쉽게 발생한다. 역류성식도염인 경우 속쓰림 같은 소화기 증상이 없이 만성기침만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서 살핀다.
▲ 기침을 다스리는 식품들. 위부터 민들레, 은행, 매실. |
특별한 원인 없이 습관적으로 기침을 하는 습관성 기침도 있다. 평소 예민하거나 긴장을 잘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조그만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기관지염이 없어도 기침을 반복하는 것이다. 자주 감기에 걸리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습관성 기침이 많다. 열이나 콧물, 가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예민한 사람이 신경을 많이 쓰면 기의 흐름이 막혀 가래, 기침이 나오는 것으로 설명한다. 신경 쓸 일이 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이물감, 가슴이 답답한 증세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기침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고 아이의 경우 기침을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침이 있을 때는 기도를 자극하는 맵고 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같은 매운맛이라도 생강 같은 식품은 오히려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식이나 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도 삼가고 커피, 담배, 술 등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고 찬 음식이나 찬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침을 다스리는 식품을 가까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덕=생김새가 인삼과 비슷한 더덕도 기침, 가래에 좋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사포닌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해열, 거담, 강장 등의 효능도 뛰어나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지방을 분해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고혈압, 비만 예방 식품으로도 훌륭하다”며 “더덕무침이나 장아찌, 구이, 물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먹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도라지=가래가 기관지 밖으로 쉽게 배출되도록 돕는 식품이 도라지. 기침, 폐 기능 회복에도 좋다. 한방에서는 말린 도라지를 길경이라고 해서 약재로 쓴다. 도라지에 감초를 넣고 물을 부어 푹 달여 마시면 감기로 인한 기침뿐 아니라 가래, 코막힘, 천식, 두통, 편도선염 등에 효과가 있다
△민들레=항염증 효과가 있는 민들레도 만성기침에 효과적이다. 민들레꽃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거나 줄기, 잎, 뿌리 전체를 이용해 김치나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좋다.
△머위=흔히 국이나 나물로 많이 먹는 머위는 한방에서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는 약재이기도 하다. 폐를 튼튼하게 만들고 가래,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몸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입맛을 좋게 한다.
△무=소화효소가 풍부해 천연소화제로 불리는 무도 기침과 가래에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무나 도라지, 배 등의 흰색 식품이 폐에 좋은 것으로 본다. 목감기를 심하게 앓거나 천식일 때는 무즙을 내어 꿀을 타 마시면 효과적이다. 무는 껍질째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알맹이보다 껍질에 비타민 C가 2배 이상 들어 있다.
△오미자=오미자 역시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 기침을 줄여준다. 오미자의 새콤한 맛은 식욕을 돋우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오미자에 꿀을 조금 넣어 따뜻한 차로 마시거나 술을 담가 20~30㎖씩 따뜻한 물에 타서 잠들기 전에 마셔도 좋다.
△매실=매실은 위장 기능이 약하고 천식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목이버섯=폐의 열을 내리고 꾸준히 먹으면 기침과 가래에도 효과가 있다.
△호두=기관지 천식으로 기침하는 경우에는 호두가 도움이 된다. 기침 외에도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신경쇠약, 불면증 등에도 좋다.
△은행=폐를 따뜻하게 만들어 기침, 천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은행을 프라이팬에 볶아 어른은 5알씩, 어린이는 3알씩 하루에 두 번가량 먹으면 좋다.
또는 오미자와 함께 끓여 먹거나 물에 은행과 대추를 함께 넣어 푹 달인 물을 아침저녁으로 마시면 천식에 효과가 있다.
1. 알레르기로 인한 천식의 경우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밤에 잠들기 전 2~3시간은 공복을 유지한다. 밤늦게 음식을 먹으면 한밤이나 새벽에 기침이 심해진다.
3. 야식, 과식, 폭식을 삼가고 항상 충분히 씹어서 삼키는 식습관을 들인다.
4. 술, 담배 등을 삼간다.
5. 집이나 사무실 습도에 신경 쓴다.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수건 등을 걸어두면 좋다.
6.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신다.
7. 예민한 성격인 경우에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한두 가지 마련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