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레지던스(왼쪽 아래 붉은 색 SITE) 건설 예정 지역 일대 전경. 사진=송도힐스테이트 입주자대표위원회
[일요신문] 부산 서구청이 암남동 123-27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송도 유림 스카이오션 더퍼스트 레지던스(유림레지던스)’에 허가를 내준 것과 관련해 본보 최초 보도(관련기사 송도힐스테이트 입주예정자 “서구청의 유림레지던스 건축허가는 졸속”)로 논란이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안전’과 ‘교통’ 외에 특혜성 시비가 일 수도 있는 새로운 쟁점이 불거졌다.
본보는 지난 9월 1일자 기사를 통해 유림레지던스가 안전과 교통 문제에 취약한 구조인데도 부산 서구청이 민원을 묵살하고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다 유림레지던스가 바로 옆에 자리한 송도힐스테이트의 3분의 1에 불과한 공개공지만으로 건축허가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안지대에 건축물에 있어서 완충공간이 중요한 것은 최근 부산에서 잇달아 발생한 태풍피해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유림레지던스가 건축되는 지점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태풍의 강한 바람에 파도가 백사장과 해변도로를 뛰어넘어 인근 상가를 덮치면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유림레지던스 바로 옆에 자리한 송도힐스테이트는 사업부지 경계면에서 해안까지 공개공지 15m와 완충공간 5m 등으로 모두 20m를 띄운 상태에서 건설되고 있다. 이는 부산시 도시공동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최종 결정된 내용이다.
하지만 유림레지던스는 송도 앞바다에서 더 가까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태풍 등에 대비한 완충공간이 없으며, 공개공지도 송도힐스테이트의 3분의 1인 5m에 불과하다. 태풍이 오면 월파 등으로 인한 재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특히 유림레지던스는 건축허가 시에 방재대책으로는 월파에 대비해 1m 높이의 유압식 차수벽 설치와 건물 내부에 이동식 차수판을 설치토록 한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나 허가 과정 전반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도록 하고 있다.
부산 서구청 황경호 건축과장은 “유림레지던스 공개공지가 5m로 결정된 것은 부산시 건축심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방재대책이 1m 높이의 차수벽에 불과한 것이 너무나 형식적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바닷가에 방파제 건설이 따로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구청은 이 같은 해명은 전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방패막이식의 변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도힐스테이트와 유림레지던스 동쪽 해안가에 계획 중인 방파제는 이들 건물이 완공되고 입주가 한참 지난 뒤에야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정향 부산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암남동)은 “고작 1m에 불과한 차수벽으로는 월파로 인한 수재를 전혀 막지를 못한다. 조속히 공청회를 열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공개공지 문제와 관련해선 “도시공동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부산시에 유림레지던스 공개공지를 5m로 결정한 부분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