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한 상인이 카페에서 쉬고 있다. |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에 자리한 대인시장은 벽화로 유명하다. 시장 구석구석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08년 시작된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때 그려진 작품들이다.
대인시장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왁자지껄 손님들로 시끄럽던 곳이었다.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바로 근처라 유동인구가 많았다. 하지만 인근 지역의 도시개발이 착착 진행된 반면 시장 주변은 정체되면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상권 또한 시들어갔다. 가장 큰 타격은 시장이 입었다.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그저 명맥만 유지할 뿐인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08년 시작된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는 시장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출발했다. 작가들이 시장의 빈 점포에 입주해 창작을 하면서 곳곳에 그림을 그려 넣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차츰 찾는 사람도 늘었다. 맨홀뚜껑에도, 철문에도, 담벼락에도, 건물외벽에도 이색 그림들이 그려졌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시장 주차장 담벼락에서 있는 힘껏 공을 뿌리고, 장미란은 무거운 셔터문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닭집에는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킨다는 자매의 초상이 걸렸다. 어물전 처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막걸리병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런 벽화보다 더 특별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무인카페 ‘제비집’이다. 대인시장 중간쯤에 자리한 이 카페는 박관우 씨가 만든 것이다. 대인시장 입주 작가인 박 씨는 시장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 카페를 만들었다. 그는 아침 일찍 나와서 문을 연 후, 커피 등 각종 물품을 체크한 후 홀연히 사라졌다가 저녁 늦게 나타나 문을 닫고 사라진다.
카페는 세 평이나 될까. 손님들 스스로 차를 타는 미니 주방을 제외한다면 대여섯쯤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정도도 결코 좁지 않다. 그곳에서 반상회를 할 일도 없으며, 바쁜 시장사람들에겐 그럴 시간도 없다. 단지 그곳은 시장사람들이 장사를 하다가 잠시 여유를 되찾는 곳,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호기심을 보이며 또한 쉬어 가는 곳이다.
무인카페 제비집의 찻값은 정해진 것이 없다. 차를 타서 마신 후 자율저금통에 얼마가 됐든 넣고 오면 그만이다. 그것이 100원이 됐든, 아니면 1000원이 됐든, 1만 원이 됐든 상관할 바 아니다. 오늘 공짜 차를 마시고, 내일 내도 무방하다.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서광주IC→서암로(광주교육대 방면)→풍향동 큰 사거리→중앙로→대인시장
▲문의: 광주광역시청 문화예술과 062-613-347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