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체중 감량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대화다. 조깅이야 이미 체력 단련이나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운동. 하지만 드럼과 운동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독일 켐니츠 공과대학의 스포츠의학자들이 최근 드럼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드럼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운동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드럼과 같은 타악기를 연주할 때 소모되는 체력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가령 재즈 드러머들이 스틱이나 브러시로 심벌즈를 두드리면서 동시에 북을 치는 동작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
실험을 진행한 켐니츠 공과대학의 스포츠의학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드럼 연주가들 15명을 피실험자로 선정했다. 음악 선생님부터 헤비메탈 그룹의 드러머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실험에 참가했다.
드러머들의 체력을 테스트했던 이 실험에 대해서 페터 롸이트 교수는 “드럼을 치는 동안 체내에서 생성되는 젖산의 양이나 맥박, 집중력 등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음악 스타일에 따라 소모되는 체력의 양이 달랐으며, 재즈나 클래식 음악의 타악기 연주가들보다는 록밴드나 헤비메탈 그룹의 드러머들이 훨씬 많은 땀을 흘리거나 체력을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롸이트는 “록밴드나 헤비메탈 드러머들의 경우 축구선수와 비슷한 정도의 체력을 소모했다”고 말하면서 “아마도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운동선수들과 맞먹는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실험자들 가운데에는 신체적 한계에 도달할 정도의 엄청난 체력 소모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펑크 록밴드인 ‘블론디’의 드러머인 클렘 버크가 그 주인공으로, 드럼을 치는 내내 맥박이 분당 190회 뛸 정도로 매우 빨랐다.
롸이트는 “하드코어 음악과 같이 과격한 연주를 하는 드러머들은 자칫하다간 심장이나 혈액순환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평소 지구력을 키우는 스포츠로 몸을 단련시킨 뒤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재즈나 클래식 연주가들의 경우에는 손과 발을 완전히 다른 박자로 연주하는 등 훨씬 더 복잡한 방법으로 연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다른 음악 장르의 연주가들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롸이트 교수는 “타악기 연주가들이야말로 ‘조화’와 ‘집중력’의 대가라고 말할 수 있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드럼 치료’가 의학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아동이나 우울증 및 파킨슨병 환자들, 혹은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드럼 치료’를 실시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