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강을 굽어보기로는 온달산성도 양백산 못지않다. |
남한강과 어우러진 온달산성
온달산성으로 향한다. ‘단양군 영춘면 하리.’ 온달산성은 제법 잘 알려진 온달관광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온달관광지는 고구려의 실존 명장이자 설화 속 인물이기도 한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을 주제로 조성된 테마파크다. 온달관, 장승공원, 온달동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사극 촬영 무대로 이용되기도 하는 이 관광지에는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이 신라군의 침입 때 쌓고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성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온달산성.
테마공원 왼쪽으로 버틴 산줄기를 타고 30분쯤 오르면 닿는 이 산성은 독락산성, 죽령산성, 단양적성 등과 함께 삼국시대에 축성한 여러 성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실 온달이라는 이름을 입었어도 정확히는 누가 쌓았는지 모르는 게 이 성이기도 하다. 성의 둘레 또한 682m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성을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 성곽 위에 올라 그 아래 풍경을 담고 싶어서다.
▲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온달관광지. 양백산에서 바라본 단양 읍내 야경. 남한강과 어우러진 야경이 기막히다(오른쪽 사진). |
땀깨나 흘린 끝에 마주한 산성은 성곽이 꽤 높게 쌓여 있다. 동쪽이 약 6m, 남북은 7~8m, 서쪽은 10m나 된다. 툭 튀어나온 성곽의 왼쪽을 돌아 동문을 이용해 성내로 들어선다. 마치 찌그러진 도넛처럼 산의 정상부를 성곽이 두르고 있다. 동문 쪽도 조망이 좋지만, 그보다 서남쪽이 더 낫다. 표고가 더 높기 때문이다. 서남쪽에서는 성곽과 어우러진 남한강 풍경이 장관이다. 남한강도 유유히 굽이치며 흐르고, 성곽도 부드럽게 산정을 감싸며 돈다.
▲ 양백산 전망대. |
을 내려온 후 다음 목적지인 양백산으로 가기 전에 구인사에 들른다.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사찰이다. 온달관광지에서 2㎞가량 차를 달리면 구인사 입구 주차장. 구인사까지는 1㎞쯤 아직 남았지만, 자동차로는 여기까지다. 내려서 걷거나 구인사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약 20분마다 출발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치 않다. 사람이 많을 때는 그보다 먼저 출발하고, 사람이 적을 때는 30분을 넘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버스는 구인사로 갈 때만 탑승 가능하고, 되돌아올 때는 걸어와야 한다. 기다리느니 걸어간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길이 다소 경사가 있는 편이라 가급적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945년 상월원각 대조사가 창건한 구인사는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법당과 특별선원인 설설당 등 50여 채의 건물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조계종 산하의 사찰들과는 달리 건물이 2~3층, 어떤 것들은 5층인 것들도 있다. 국내 최대의 청동 사천왕도 볼거리다.
구인사를 둘러본 후 양백산으로 향하는 길. 남한강을 따라 달리는 59번 국도는 드라이브코스로 손색이 없다. 길 오른쪽으로 초록물 짙게 든 남한강이 편안히 흐른다. 강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가곡면 일대는 견지낚시 명소로 소문났다. 물 흐름이 세지 않고, 깊지 않은 데다가 고기가 많아 인기다.
59번 국도는 고수대교 너머 도담삼봉으로 이어진다. 강물 한가운데 서 있는 세 개의 기암을 두고 도담삼봉이라고 한다. 가운데 것이 가장 높다. 이 가운데 바위 중턱에 누각 하나가 설치돼 있다. 조선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지은 것이다. 정도전은 가끔 단양으로 내려와 도담삼봉의 누각에서 풍월을 읊으며 휴양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호인 삼봉도 이곳 도담삼봉에서 따 붙인 것이라고 할 정도니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 |
성의 조망도 모자람 없지만, 양백산은 그 이상이다. 아마도 새롭게 단양8경을 꼽는다면, 양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중 단연 최고일 듯하다. 양백산은 단양읍 기촌리에 있는 높이 664m의 산이다. 양방산이라고도 하고, 양뱅산이라고도 한다.
온달산성을 힘들여 올랐다면 양백산은 편히 갈 수 있다. 산정까지 임도가 나 있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이곳에 있어 길이 잘 닦여 있다. 양백산 임도는 도담삼봉에서 다시 고수대교를 건넌 후 오른쪽 강변을 끼고 달리다보면 나온다. 산까지는 약 3㎞. 길은 무척 가파르다. 끊임없이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 어지럽기까지 하다.
양백산에는 이색적인 모양의 건물이 하나 있다. 동그란 투명 돔을 얹은 3층의 건물로 전망대와 카페를 겸한다. 하지만 손님이 거의 없어 영업을 멈춘 상태. 그러나 건물 밖 테라스에 있는 벤치가 여전히 쉴 자리를 제공한다. 양백산 정상에서는 단양 읍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비로소 단양이 물돌이마을임을 안다. 하회마을처럼 강물이 단양읍을 빙 둘러 흐르며 나아간다.
새벽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운치 있고, 낮에는 시야가 깨끗해 좋고, 저녁에는 노을이 붉어 환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으뜸은 야경이다. 해가 지고 노을마저 점점 그러질 때, 서서히 단양 읍내가 밝아진다. 하나둘 불을 켜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쪽의 상진대교와 동쪽의 고수대교에도 불빛이 켜진다.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하며 어둠을 뚫고 나온 단양 읍내. 그 황홀한 야경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다만 걱정인 것은 내려갈 일. 급경사였던 만큼 내려갈 때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북단양IC→5번 국도→단양읍→59번 국도→고수대교(양백산)→59번 국도→온달산성(구인사) ▲먹거리: 매운탕 잘 하기로 소문난 신군관식당(043-422-1999)가 가곡면 향산리에 있다. 바로 앞을 흐르는 1급수의 남한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들로 매운탕을 끓인다. 고사리, 토란줄기, 단양육쪽마늘, 비법의 양념장을 넣어 끓인 쏘가리매운탕이 특히 일품이다. ▲잠자리: 온달관광지에서 가까운 가곡면 일대에 향기나무펜션(010-9228-8911), 강가의아침(043-421-1493) 등 펜션이 많다. 단양읍에는 대명리조트(043-420-8311)를 비롯해 단양관광호텔(043-423-7070)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단양관광안내소 043-422-114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