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까지 권 양이 기일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권 양이 이병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자동적으로 취하되는 듯 보였다. 캐나다 교포인 권 양은 지난해 12월 8일 “이병헌의 결혼 유혹에 속아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렇지만 이후 돌연 캐나다로 돌아가 지난 4월 22일과 5월 20일 공판에 연이어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했다. 이병헌 측 역시 불참했다. 이처럼 두 차례 변론기일에 쌍방이 불출석하고 다시 한 달 이내에 변론 기일을 잡아 달라는 기일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소는 자동 취하된다. 2차 변론 기일이 5월 20일이었던 터라 기일신청서를 6월 19일까지 제출했어야 하는 것.
그런데 돌연 6월 21일 오후 기일신청서가 도착했다. 6월 19일이 토요일이라 제출 기한을 월요일인 6월 21일까지 볼 수 있는 데다 해외에서 우편으로 발송한 것임을 감안해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8월 12일로 변론 기일을 정했다. 물론 8월 12일에도 권 양이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다면 소는 자동 취하된다. 그렇지만 소 취하 직전 기일신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볼 때 권 양이 귀국해 법정에 출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권 양의 기일신청서 제출을 두고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형사소송에선 권 양이 졌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정상환)는 이병헌에 대해선 ‘혐의 없음’, 그리고 권 양에 대해선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씨에게 폭력행위 등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지만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라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것. 형사소송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민사소송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까닭에 권 양이 민사소송 진행을 포기했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권 양이 귀국할 경우 검찰이 기소중지 중인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데다 이병헌도 그를 무고죄 등으로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권 양은 기일신청서를 제출해 민사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이유를 두고 설들이 난무한데 권 양 측이 검찰 수사 내용을 뒤집을 만한 히든카드를 갖고 있다면 상황은 급반전될 수도 있다. 사건의 특성상 권 양의 히든카드엔 이병헌의 은밀한 사생활 관련 내용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법정에서 공개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병헌 측에선 권 양의 기일신청서 제출로 인한 소송 재개보다 이것이 강병규와의 공판에 미칠 영향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예관계자들 역시 진검 승부는 8월 12일 재개될 민사 소송이 아닌 7월 14일 강병규의 네 번째 공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공동공갈 및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강병규는 이병헌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이병헌의 진술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병규의 주장에 따라 이병헌을 증인으로 채택해 증인 소환장을 발송했는데 이병헌 측이 “국내외 스케줄을 일일이 조율해야 하지만 피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병헌과 강병규의 법정 만남이지만 검찰이 이병헌의 손을 들어준 데다 권 양과의 형사소송도 마무리된 상황이라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강병규 측에서 확고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검찰 수사 결과를 뒤엎을 재판부의 결정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권 양의 기일신청서 제출로 상황이 급변했다. 그동안 강병규는 이병헌과의 직접 만남, 권 양과의 연락 재개를 절실히 원해왔다. 이병헌과의 증인 출두로 법정에서의 직접 만남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권 양 역시 기일신청서를 제출했다. 상황으로 볼 때 강병규와 권 양의 연락이 재개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행유예 기간 도중에 불구속기소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잘못될 경우 구속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의 강병규가 반전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또한 권 양이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히든카드를 강병규가 이병헌이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이병헌 측이 당일 증인 출석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스케줄 등으로 불출석할 경우 괜한 루머만 더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 양이 아무런 히든카드를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지라도 기일신청서를 제출한 까닭이 7월에 열리는 강병규 재판, 특히 이병헌과의 법정 조우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병규가 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양의 민사소송 취하는 곧 검찰 수사 내용 인정을 의미할 수 있다. 당사자인 권 양이 검찰 수사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상황은 강병규를 상당히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일신청서 제출은 권 양 역시 검찰 수사 내용을 부인한다는 의미가 된다.
▲ 이병헌 |
강병규는 이병헌에 대한 맞소송을 제기한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그가 간절히 원하던 이병헌과의 만남이 법정에서 이뤄질 전망이라 그가 꺼내들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또 하나 간절히 원하던 권 씨와의 연락도 재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벼랑 끝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강병규가 법정에서 과연 어떤 발언을 하고 이병헌을 공격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권 양에게 검찰의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물증이 있을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