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클럽, 파티, 재벌, 연예인 등등 정말 자극적인 단어들만 다 모여 있네요(웃음).”
<일요신문>은 지난 940호에서 ‘재벌과 연예인 인맥 쌓기 비밀’ 기사를 보도한 바 있는데 그 내용 가운데 ‘그들만의 시크릿 파티’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과연 그들만의 파티란 무엇일까. <일요신문> 연예부는 상위 1%만의 특별한 사교문화인 ‘시크릿 파티’의 실체에 대한 취재를 거듭한 끝에 ‘청담동 파티녀’로 불리는 여성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문란한 성생활’ ‘마약 복용’ ‘호화스런 술자리’ 등의 편견어린 시선에 대해 ‘청담동 파티녀’들은 그냥 웃음으로 화답했다.아무나 다가설 수 없는 그들만의 사교 문화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엄청난 부의 소유자일지라도, 뛰어난 외모를 갖췄을지라도 검증되지 않으면 자신들의 사회에 편입시킬 수 없다는 그들인 만큼 기자의 접근은 더욱 힘겨웠다. 어렵게 소개에 소개를 거쳐 만나게 된 ‘청담동 파티녀’들과의 약속 장소는 예상 외로 강남 소재의 한 돼지껍데기 집이었다. 시크릿 파티의 참석자들인 만큼 신상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한 채 진행된 인터뷰, 그들은 50만 원에서 100만 원에 이르는 파티 참가 회비 정도는 무난히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자신들을 소개했다.
“별다른 것 없어요. 연말 파티의 경우 규모가 커지지만 평소엔 20~30명이 모이는데 그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룸이나 한 층 전부)이 있는 가라오케를 예약해서 술 마시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예요. 간혹 연말에 파티를 크게 열면 전문 MC를 불러 명품가방 같은 걸 경품으로 걸고 게임을 하기도 해요.”
본래 이들 사교 문화의 중심은 강남 소재의 유명 클럽들이었다. 강남에 한두 개의 유명 클럽만 있을 당시엔 밤마다 자연스럽게 클럽에 모여들어 오늘날의 파티와 비슷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차츰 클럽이 많아지고 찾는 층도 다양해지면서 클럽이 예전 같지 않아졌다고. 요즘에도 유명 클럽 2층에는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된다는 청담동 사교계 인사들이 종종 찾곤 한다. 유명 클럽 2층의 경우 일반 손님의 출입을 막아 VVIP 손님들만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다 편하게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사람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교 공간이 절실해졌고 이를 위해 새로운 사교 문화인 그들만의 시크릿 파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런 청담동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장 많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일반적인 전문직 종사자들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문직은 그 폭이 훨씬 더 넓다. 대부분 유학파라 언어 관련 전문직이 많은데 동시통역사, 번역가, 영화 번역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사진작가, 만화가, M&A 전문가, 재무 전문가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직 종사자들, 그리고 연예인 지망생이나 매니저, 제작자 등의 연예관계자들도 있다. 여성의 경우 20대 초반부터 3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고 남성의 경우 40대까지 연령의 폭이 훨씬 더 넓다.
공통점은 대부분 재력가 집안의 자제라는 점이다. 서너 명에서 여덟아홉 명씩 무리지어 지내던 이들이 클럽을 통해 친분관계를 확장해왔다. 예를 들어 A 무리의 일원 한 명과 B 무리의 일원이 아는 사이면 클럽 등에서 두 무리의 구성원들이 만나 친해지는 방식으로 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 클럽 초기에는 클럽이 이런 무리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었지만 클럽 문화가 달라지면서 파티라는 새로운 방식이 생겨난 것이다.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집안끼리 아는 사이인 경우도 있고, 서로 아는 지인이 있어 쉽게 가까워지기도 해요. 그렇게 만나 편하게 지내다 나중에 재벌 3세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연예인 지망생이라기에 예뻐서 우리와 어울리게 된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당한 집안의 딸이라 놀란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다. 상위층 자제들을 중심으로 한 무리 무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이뤄진 인맥인 까닭에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3자의 진입이 쉽지 않은 것. 아무리 돈이 많아도, 또 탁월한 외모를 갖췄다 할지라도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이는 그들의 사교 문화에 진입하기가 불가능하다. 검증 수단은 누군가의 확실한 추천이다.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 소개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어울리려 하지 않아요. 괜한 사람 한 명이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릴 수도 있으니까요. 겉은 멀쩡한데 제비거나 꽃뱀일 수도 있고, 마약쟁이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되게 막 놀 거 같아 보여도 그런 부분에선 상당히 보수적이거든요.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아무나 소개하고 추천해선 안 된다. 행여 그가 뭔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소개한 사람까지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청담동 파티걸들 가운데에는 지방 출신도 많아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본래 그들의 사교권 밖의 인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런 경우 확실한 이의 소개와 추천으로 들어와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인물들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 지망 여성과 재벌가 남성의 만남 역시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돈을 앞세운 재벌가 남성과 미모를 앞세운 연예인 지망생이 아닌 둘 다 검증된 명망가의 자제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파티를 하면 남자 열 여자 열 정도로 수를 맞춰 짜는 경우가 많아요. 미팅과 비슷한 형태인데 좀 고급스러운 게 차이점이죠. 그렇다고 원나잇스탠드 같은 건 없어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니 그런 만남이 불가능한 거죠. 물론 그렇게 만나 사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교제일 뿐이니까요.”
이런 파티가 성행하는 까닭은 인맥 확장에 있다.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서로 검증된 사람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편하게 인맥을 넓혀 갈 수 있는 것. 이성교제도 이런 인맥 확장의 일종인데 이런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관련 얘기가 오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티에서 우연히 투자자와 제작자가 만나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기도 하고, 유망한 연예인 지망 여성과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만나기도 한다.
한편 청담동 파티녀들은 재벌가 남성들이 오히려 더 짜다고 얘기한다. 가라오케 같은 데 놀러 가더라도 먼저 전화해서 가격을 흥정한 뒤 가고, 다 놀고 나면 남성들이 정확히 1/n을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일곱 명이 가서 140만 원이 나오면 웨이터에게 신용카드 일곱 장을 걷어 줘 20만 원씩 결제하도록 한단다.
청담동 파티녀들의 이야기에 대해 청담동 일대에서 클럽 파티플래너로 유명한 문슈는 “시크릿 파티라는 단어 자체가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실제는 좋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 모여서 놀며 가까워지는 공간일 뿐”이라며 “퇴폐적이고 흥청망청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대부분 상당히 보수적이고 매사에 조심하는 성향이 짙다”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