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들어 김혁규 경남지사와 손학규 경기지사의 연대에 의한 ‘제3신당 결성설’이 퍼지면서 한나라당 주변에도 여권신당과 별개의 자체 신당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분열될 가능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거론되고 있다.
가장 큰 명분은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권 신당이 내년 1~2월 창당을 목표로 1년 내내 여론과 명분을 독점할 경우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 자칫 수구 보수정당으로 전락,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어떤 식으로든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한나라당 상황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한나라당 신진세력 내에서는 김혁규 경남지사(오른쪽)에 게 신당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김 지사와 손학규 경기지 사(왼쪽)의 연합에 의한 전국 규모의 제3신당 가능성이 퍼 지고 있다. 사진은 합성한 것임. | ||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이 개혁노선을 천명하면 할수록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더욱 보수적인 노선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에 이뤄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 같은 보수유지 흐름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나라당에 기대를 걸었던 젊은 신진 세력들은 대거 민주당으로 발길을 옮기거나 별도 보수신당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와 한나라당 주변에 결집했던 다수의 신진세력이 이 같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였던 한 40대 인사는 “수도권 중심으로 초선의원과 일부 정치지망생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면서 “여기서는 한나라당이 이대로는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시나리오 가운데 유력한 것이 김혁규 지사와 손학규 지사의 연대설이다. 두 지사 모두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데다 현재의 한나라당 간판으로 대선에 나가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김혁규 지사는 최근 일부 기자와 만나 “경험이 중요한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은 사람은 불안하지 않다”면서 “우리도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식으로 가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 지사 주변인사들은 ‘한나라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민주당 입당이나 별도 신당 추진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친위 그룹들은 김 지사를 끊임없이 접촉하며 여권합류를 설득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주변 신진 정치세력들은 김 지사가 별도 신당의 기치를 내걸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부산·경남에선 이미 신당의 바람이 상당 수준 올라와 있으며,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30.8% 대 33.8%로 한나라당 후보보다 신당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자체 조사에서도 부산 경남에서 신당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24.8%로 상당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의 신진세력은 이 때문에 부산·경남에서 신당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대체하는 보수신당 출현이 불가피하며, 김 지사가 깃발을 들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손학규 경기지사와 연대할 경우 전국적인 새로운 보수신당 출현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두 사람이 연대할 경우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 한 사람은 당권을 맡는 방식이 유력하다.
손학규 지사측도 최근 이 같은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지사측은 다음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유리한 방법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손 지사측 한 관계자는 “대선출마 프로그램은 시동을 건 상태”라며 “한나라당이란 옷을 입는 게 유리한지,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 지사측도 선택의 여지가 많진 않다. 내년 총선에서 자칫 한나라당이 수구보수당으로 전락하고 비참하게 패배한다면 한나라당이란 옷을 입고 대선에 출마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이럴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총선 개입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2006년 도지사 임기 전에 뭔가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빠져들 수 있다.
손 지사측은 이런 측면에서 김 지사와 연대할 수만 있다면 적잖은 파급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일부에선 김 지사 단독으로,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 출범도 가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권의 신당이 부산·경남권 일부와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민주당 구주류가 호남권, 한나라당 기존세력이 대구·경북 중심, 김 지사측이 주도하는 신당은 부산·경남권을 기반으로, 심대평 지사가 총재로 영입될 자민련은 충청권 정당으로 거듭나는 등 모두 5자구도로 총선이 치러지는 구도다. 여권 일부에서도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정치권의 빅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민주당 신주류가 신당 창당을 원하는 만큼 한나라당 내부에도 한나라당이 쪼개져 변화가 생기길 희망하는 세력이 많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대변혁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있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