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좌우명인 ‘평생학습’과 ‘153세까지 살기’라는 큰 틀에 맞춰 살아오면서 그동안 꾸준히 학습하고 모아 온 자료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문화관광해설사로 오랜 기간 봉사하고 있는데, 관광안내와 해설 일을 하면서 여행객들이 불쑥 불쑥 던지는 질문에 자신이 당황해 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끝없는 지식의 세계에 도전했다. 그 10여 년의 결과물을 한 권으로 묶어 이제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저자의 원대한 포부에 걸맞게 이 책은 우선 그 내용의 진폭이 상당히 크다. 멀리 소크라테스 시대의 이야기로부터 최근의 유머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진진하고 교양이 넘치는 이야기를 펼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책 속에는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담패설 류(자기야, 할라꼬?)와 같은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부분은 ‘압축판 조선왕조실록’이다. 원전으로따지면 무려 1,893권 888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저자는 단 50여 쪽으로 압축했다.
이야기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내용도 이야기 중심으로 꾸렸다. 예를 들면, 단종실록(노산군일기)에서는 부인 송 씨와의 애틋한 사연을, 효종실록에서는 효종대왕의 무인다운 기질과 그가 꿈꿔왔던 북벌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쉬움을 이야기로 풀었다.
영조실록에서는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못 나눈다’라는 주제로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그리고 철종실록에서는 상화도령이 그대로 강화에서 살다 죽었으면 얼마나 행복한 삶이었을까를 아쉬워하면서 그의 왕 치세기간 14년간을 요약해 설명한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340 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아주 짧은 소제목 하에서(한 꼭지가 길어야 4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성균관대학교 출신답게 저자가 우리나라 사학에 상당한 식견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숨은 가치다.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여기 들어간 삽화에 있다. 재미화가인 최순분 화백이 그린 30여 점의 작품이 책의 표지에는 물론 책의 곳곳에 들어가 있는데, 독자들은 책을 읽다보면 그림을 통해 머나 먼 이국땅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에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인 전익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모토롤라코리아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2010년부터는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하면서 국내외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가평의 자연과 역사, 나아가 우리나라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