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경 소믈리에. |
아직은 생소한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2001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채소, 과일에 관한 정보를 더 알리기 위해 전문가들이 만든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3만 명이 넘는 채소 소믈리에가 활동 중이고, 기업에서는 채소 소믈리에의 자문을 거쳐 건강식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와인 소믈리에’에서 따온 채소 소믈리에가 정식 명칭은 아니고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라고 한다. 주로 채소와 과일의 품종, 산지, 재배 과정, 영양 정보, 유통 과정, 레시피 등의 각종 정보를 알려 건강한 식생활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협회 김은경 회장은 “국내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통이나 식음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영양사, 요리연구가, 농부 등으로 다양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채소&과일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한 김은경 회장이 활동하면서 3년 전부터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올해로 15년차 베테랑 요리연구가로, 현대인의 건강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채소&과일 마이스터 과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항암작용을 하는 비타민 A, 항산화와 함께 항스트레스 작용을 하는 비타민 C 등 채소와 과일 속에는 몸에 좋은 천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녹색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엽록소 성분은 몸속에서 지혈, 세포 재생 등을 돕는다. 조금만 신경 써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면 일부러 비싼 비타민제 사먹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을 핑계로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채소와 과일의 비중이 적은 이들 식품을 가까이할수록 몸이 쉽게 피로하고 비만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지적하는 우리 식단의 가장 큰 문제점도 바로 패스트푸드와 고 육류 섭취가 많은 ‘서구화’ 부분이다.
부족한 채소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선한 오이, 당근 등 채소와 과일을 길게 스틱 형태로 썰어 속이 보이는 투명 용기에 담아 식탁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보다 채소를 먼저 먹는 습관을 들인다. 채소를 먼저 먹은 다음에 고기를 먹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면, 고기를 먹는 양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채소 섭취량은 는다. 자연히 과식을 하지 않으니 다음날 몸이 훨씬 가벼운 느낌이 든다.
#제철 채소와 과일 영양제보다 낫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채소와 과일을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하지만 늘 먹는 채소와 과일에 어떤 영양이 들어 있고, 어떻게 조리해야 영양 손실이 적은지, 또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작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김은경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왕이면 구하기 쉽고 값도 싼 제철 채소를 먹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혜택을 받고 자란 채소와 과일일수록 건강하고 맛도 좋다. 또한 제철 채소와 과일을 가까이하면 계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무더위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수분 보충이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몸속의 수분이 많이 배출돼 체온이 높아진다. 이럴 때는 수분이 많고 성질이 찬 식품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한데, 여름에 나는 채소와 과일은 대부분 수분이 풍부하고 찬 성질의 식품이 많다. 여름이 제철인 오이만 해도 수분이 95%를 차지하므로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좋고, 풍부한 비타민 C가 신진대사를 도와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
실제로 예전에는 여름이면 고단백질 식품을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고단백질, 고지방 식품보다는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이 웰빙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단백질 식품을 먹을 때도 음식궁합이 잘 맞는 채소를 함께 먹으면 영양 효과가 더 높아진다.
#채소, 과일 이렇게 섭취하세요
다음은 김은경 회장이 말하는 올바른 채소, 과일 섭취 요령이다.
하나,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을 먹어라. 채소와 과일의 색을 내는 색소 성분에는 파이토케미컬이라는 화학성분이 풍부하고, 색에 따라 다른 파이토케이컬이 들어 있다. 이 파이토케미컬이 항산화, 항암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매일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되, 빨간색·노란색·주황색·초록색·하얀색·검은색·보라색 등 서너 가지 이상의 색을 골라 먹으면 좋다.
둘, 껍질째 먹어라. 채소와 과일의 껍질에는 때로는 알맹이보다 더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과 껍질을 벗겨 먹지만,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비만에 좋다고 알려진 사과의 펙틴 성분은 껍질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무나 당근도 겉에 묻은 흙만 깨끗이 씻어내고 가능하면 껍질째 먹는다. 오이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을 묻혀 한 번 더 씻어낸다. 이렇게 하면 잔류 농약을 제거하고 푸른색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채소를 다듬을 때 버리기 쉬운 뿌리 부분도 같이 먹는 게 좋다. 시금치의 경우 분홍색이 도는 뿌리 부분에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잘라내지 말고 칼끝으로 더러운 부분만 살짝 긁어낸다.
셋, 다양한 요리로 먹어라. 같은 채소와 과일이라도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은 채소와 과일도 좋아하는 요리법으로 조리하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은경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협회 회장
□복숭아=예로부터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비타민 A와 C가 많아 피부를 곱게 만들어 준다. 풍부한 섬유질은 변비를 개선시킨다. 한방에서는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 여성의 생리불순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기도 한다.
□수박=주성분은 수분이지만 비타민 A·B1·B2·C를 비롯해 칼륨, 칼슘, 글루타민산 등이 풍부해 효능이 많다. 특히 이뇨효과가 우수한데, 시트룰린이라는 특수 아미노산이 몸속에서 단백질 요소로 변해 소변 배출을 돕는다. 이런 효과 때문에 신장병으로 인한 부종에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비타민 C가 기미를 예방하고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준다.
□포도=구연산, 주석산 등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 B1·B2·C 등 비타민, 칼슘과 칼륨·철분 등 미네랄이 고루 들어 있는 웰빙 과일이다. 포도의 당질인 포도당과 과당은 몸속에서 쉽게 흡수돼 빠른 속도로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 장점이다. 때문에 피로회복 효과가 우수하다. 혈전을 녹이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주스로 마실 때는 껍질, 씨를 함께 갈아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