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극적인 터라 악성 루머로 치부해 버릴 만한 내용의 이야기다. 그런데 연예계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이를 확인한 주체 역시 경찰이다. 불법 동성 성매매 브로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성관계의 대가를 밝혀내지 못해 사법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체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난 2009년에는 신인 탤런트 고 장자연의 자살로 인해 불거진 ‘장자연 리스트’를 통해 몸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역시 그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또 다른 연예계 몸 로비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중 브로커를 통해 유력 연예 관계자와 남성 톱스타 몇몇의 동성 성관계 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경찰이 애초 수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는 연예계와 무관한 사건이었다. 일종의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적발하면서 시작된 수사였고, 그곳은 이성 사이의 성매매가 아닌 동성 사이의 성매매 알선 사이트였다. 수사 과정에서 해당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했는데 그는 레저스포츠 관련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레저스포츠 관련 일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인맥을 갖춘 그는 우연히 동성애자들을 서로 소개해주는 일을 시작해 10년 넘게 이런 브로커 일을 해왔다. 또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관련 사이트까지 개설해 놓고 버젓이 불법 사업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검거된 브로커에게는 엄청난 고객 리스트가 있었다. 게다가 그의 고객들 가운데에는 모델부터 연예인, 유력 연예관계자들도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이는 연예계에서 막강한 실력자로 분류되는 연예관계자 A 씨였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연예관계자 A 씨가 검거된 브로커와 1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것이다.
그렇지만 A 씨는 성매매 차원에서 브로커를 접촉한 것이 아니었다.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고 누군가를 소개 받아 성관계를 갖진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A 씨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소개를 받아 성관계를 갖는 등 교제를 하는 것은 A 씨의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브로커가 A 씨에게 소개해준 남성들은 대부분 신인 연예인 또는 연예인 지망생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심지어 지금은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우 B, C, D 등도 신인 시절 브로커 소개로 A 씨를 만났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브로커가 연예관계자 A 씨에게 B, C, D 등을 신인 시절에 소개해줬다는 사실을 진술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의 진술 내용이 이들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부분까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고 밝힌다.
실제 B, C, D 등 세 톱스타는 연예관계자 A 씨와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고 있으며 함께 일을 한 적도 있다. 브로커는 A 씨에게 이들 외에도 여러 명의 남성 신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꾸준히 소개해줬다고 진술했다.
돈이 오간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성매매로 처벌할 순 없지만 연예관계자 A 씨가 이들의 연예계 활동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가졌다면 소위 몸 로비가 된다. 게다가 B, C, D 등 세 톱스타는 모두 동성애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신인 시절 소위 뜨기 위해서 A 씨와 동성 성관계를 가졌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돈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성관계에 어떤 대가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사법 처벌이 가능하다. 그 반대의 경우 이들의 성관계는 단순한 사생활일 뿐 처벌 대상은 아니다.
경찰 수사력은 대가성을 밝혀내는 데 집중됐다. 이를 밝혀낼 경우 그 동안 ‘루머’로만 떠돌던 어마어마한 연예계 검은 커넥션이 경찰 수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담당 경찰들의 열의도 대단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 전 일인 데다 연예계의 특성상 실체적인 대가를 찾아내는 데에 어려움이 따랐다. B, C, D 등의 톱스타들은 물론이고 비록 결국 뜨는 데 실패한 신인 연예인(또는 지망생)들 가운데 연예계 활동에서 일정 부분 연예관계자 A 씨의 도움을 받은 정황은 드러났지만 대가성 여부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연예계의 특성상 연예관계자 A 씨가 이들의 캐스팅 등에 도움을 줬을지라도 그런 일은 대부분 뒤에서 조용히 진행된다. 실제 연예계에선 C와 A 씨 사이를 의심하는 루머가 한때 나돌기도 했었다. 정황상으로는 이들 사이에 몸 로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니라는 얘기. 결국 경찰이 밝혀낸 대가는 연예관계자 A 씨가 톱스타 B에게 어떤 선물을 한 것 정도인데 성매매나 몸 로비의 대가로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브로커 역시 대가에 관련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냥 소개를 시켜줬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 경찰은 브로커의 증언을 바탕으로 연예관계자 A 씨나 B, C, D 등의 톱스타를 소환하는 것까지 고려했지만 결국 이를 실행하진 못했다. 브로커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소환 수사가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경찰 수사는 브로커와 해당 불법 사이트 이용자 몇 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연예계 전반을, 아니 한국 사회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들 뻔했던 이번 사건 역시 연예계 몸 로비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