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린천 상류에 위치한 살둔계곡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오지 느낌이 난다. |
홍천 오지 방불케하는 계곡
홍천은 동으로 양양군, 서로 춘천시, 남으로 평창군, 북으로 인제군과 접한 중산간. 태백산맥의 여러 지맥들에 둘러싸인 이곳에는 살둔·용소·수타 등 수려한 풍광과 어우러진 명품 계곡들이 곳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살둔과 용소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타지 않아 오지에 들어선 듯한 기분마저 든다.
먼저 살둔계곡. 내린천 최상류 지역에 자리한 이 계곡은 살둔마을 앞에서 율전리를 향해 내려가는 약 20㎞ 길이의 골짜기다. 계곡을 따라 비포장길이 나 있는데, 이 때문에 사람공해로부터 보호 아닌 보호를 받는 곳이다. 홍천에서 양양 방면 56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광원리에서 좌회전 후 446번지방도를 이용해 달리다보면 폐교된 생둔분교가 나온다. 이곳이 계곡의 출발점이다. 살둔은 ‘삼둔오가리’라고 하여 <정감록>에서 꼽은 피난지소 중 하나다. 삼둔은 홍천의 살둔·귀둔·월둔을 말하고, 오가리는 인제의 아침가리·명지가리·연가리·곁가리·적가리다.
살둔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은 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살둔산장((033-435-5984)이 있다. 1985년 지은 2층 귀틀집으로 여행객들을 위한 숙박업소로 운영되고 있다. 살둔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군데군데 넓은 소가 형성돼 있다. 물은 거울처럼 투명하고 깨끗하다. 1급수에만 사는 어름치와 열목어를 흔히 볼 수 있다. 차기도 엄청 차서 발 담그기가 두렵다. 계곡 주변이 온통 숲이라 햇살을 피해 들어갈 곳도 많다. 계곡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율전초교 문암분교장이 나온다. 이곳 역시 폐교가 되었는데, 녹슨 그네와 화단에 무성한 풀이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계곡길은 31번국도를 만나면서 소멸하는데 전체를 다 걷자면 조금 벅차고, 생둔분교에서 문암분교까지는 다녀올 만하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용소계곡은 산행과 곁들여 즐기기 좋은 골짜기다. 백우산 북쪽 기슭에 계곡이 있다. 약 13㎞에 이른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둔계곡을 닮았다. 트레킹하기에는 살둔보다 용소계곡이 낫다. 408번지방도가 지나는 광암리 군유동에서 시작해 44번국도와 만나는 천현리로 빠져나오는데, 약 4~5시간 정도 걸린다. 수많은 소와 담 그리고 폭포가 이어지며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예전에 금광이 있었던 자리인 ‘금산아터’ 인근에는 축구장처럼 넓은 너래소가 장관을 연출한다.
제천 월악산이 만든 폼나는 계곡
▲ 제천에서 충주로 이어지는 송계계곡. |
송계계곡은 제천에서 충주 미륵리로 이어지는 8㎞ 길이의 골짜기다. 제천 청풍면에서 36번국도를 이용해 충주 방면으로 가다가 월악산 영봉 방면 597번지방도로 갈아타면 곧 송계계곡이 나온다. 계곡은 도로와 함께 계속해서 달린다. 때문에 트레킹보다는 드라이브코스로 좋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서 쉬면 된다. 계곡의 입구에는 자연대라고 이름이 붙은 경승지가 있다. 넓은 반석과 깊은 소가 어우러진 것이 아주 멋있다. 계곡의 중간쯤에는 덕주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충북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된 이 산성은 덕주사를 에워싸고 있는데, 남문·동문·북문 등 아치형의 성문 3개가 남아 있다. 이외에도 용이 승천했다는 와룡대와 넓은 화강암 반석 위로 물이 흐르는 팔랑소 등의 명소가 이어진다.
용하구곡은 송계계곡 반대편에 있다. 아홉 개의 절경이 있어서 용하구곡이다. 송계계곡이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면 용하구곡은 제법 걸어야지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다. 월악산 만수봉과 문수봉 사이에 발생한 이 계곡은 장장 16㎞나 이어진다. 충주 방면 36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성암리에서 좌회전한 후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이정표가 있다. 차량은 월악리까지만 갈 수 있다. 이후에는 약 6㎞가량 걸어야 한다. 용하구곡은 수문동폭포·수곡용담폭포·관폭대·청벽대·선미대·수용담·활래담·강서대·수렴선대 등을 말한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따라 가는 산길이라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괴산 끊임없이 이어진 절경
▲ 괴산을 대표하는 화양구곡. |
화양구곡은 속리산 북서쪽 자락에 형성된 계곡이다. 청천면 도원리에서 자동차로 5분만 달리면 화양구곡이다. 괴산을 대표하는 계곡이고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기가 쉽다. 조선 후기 대표적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이 은거했던 계곡이다. 화양구곡이란 이름도 우암이 붙인 것이다. 사방으로 높은 산이 두르고 있고, 계곡은 산과 산 사이의 골을 따라 굽이치며 흐른다. 화양구곡은 숲이 우거져 있어 트레킹을 하기에 적당하다. 계곡의 총 연장은 3.7㎞. 편도 1시간 거리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경천벽·운영담·읍궁암·금사담·첨성대·능운대·와룡암·학소대·파천 등의 구곡이 이어진다. 2곡과 3곡 사이에는 화양서원이 있다. 우암 사후 그 문하생들이 지은 조선 후기 대표적 사림 서원이다. 이 서원은 그 위세가 대단해서 누구든지 서원 앞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고 전한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던 대원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아 유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마지막 9곡인 파천은 신선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놀던 곳으로 너럭바위가 계곡 전체를 덮고 있다.
쌍곡구곡은 퇴계와 송강 정철이 노닐던 곳이다. 517번지방도를 따라 선유구곡에서 칠성면 방면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총 10.5㎞의 계곡으로 걷기보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쌍곡의 명소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호롱소·소금강·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이 쌍곡구곡에 해당한다. 제7곡인 쌍곡폭포는 왕복 30분 정도의 짧은 트레킹코스로도 좋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