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요신문] “이번 호계서원의 복설은 영남유림의 합의에 의해 대통합을 이루어낸 성과이다.”
호계서원(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 복설 고유제가 20일 안동 도사면 호계서원에서 열렸다.
고유제는 국가나 개인의 집에서 중대한 일을 치르고자 할 때 종묘(宗廟)나 가묘(家廟) 등에 그 사유를 고(告)하는 제사을 말한다.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를 계기가 영남유림을 대표하는 서예 류성룡 선생 가문과 학봉 김성일 선생 가문의 400년간 이어진 묵은 갈등(병호시비)이 화해의 가치를 새로 세워졌다.
호계서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서원 중 하나이다. 1573년 여강서원으로 창건된 후 숙종 2년(1676년) 사액되면서 호계서원으로 명칭을 바뀐것. 이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철거 후 7년 뒤 강당만 새로 지은 채 남겨졌다가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임하댐 아래로 이건 됐다. 하지만 습기 등의 이유로 서원건물 훼손이 우려되자 지역유림 등에서 이건과 복원을 요청했다.
경북도는 2013년부터 총사업비 65억원을 들여 도산면 서부리로 이건 및 복원을 추진했고, 지난해 말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부지에 복설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호계서원은 1만㎡의 부지에 13동의 서원건물로 구성됐다. 총 93칸에 이른다. 복설된 호계서원은 ‘병호시비(屛虎是非)’라는 400년간 이어진 영남유림 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징표이다. ‘병호시비(屛虎是非)’란 퇴계선생의 제자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선생을 배향하는 과정에서 위차(서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생한 3차례의 시비를 말하는데, 호계서원 내 학봉 김성일과 서애 류성룡의 위패 서열을 두고 벌어진 병산서원과 호계서원 사이의 대립으로 400여 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영남유림을 둘로 갈라놓았다.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가 20일 안동 도사면 호계서원에서 열리고 있다(사진=경북도 제공)
이런 해묵은 갈등은 경북도의 중재로 류성룡을 퇴계 위패의 동쪽에, 김성일을 서쪽에, 그 옆에 김성일의 후학인 이상정을 배향하기로 합의하면서 영남유림 간 오랜 갈등이 비로소 해결됐다.
호계서원 복설추진위원회(회장 노진환)는 이날 호계서원 복설(復設) 고유제 행사를 열고, 영남유림 간 해묵은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는 대통합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열린 고유제에는 이철우 경북지사, 임종식 도교육감, 윤동춘 경북경찰청장, 권영세 안동시장을 비롯해 각 기관단체장 및 유림대표 등 50여명이 함께해 호계서원의 복설을 함께 기념했다.
초헌관으로 참석한 이철우 지사는 “이번 호계서원의 복설은 화합, 존중,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경북 정신문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화해와 대화합의 상생 메시지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