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빅리그 복귀 전, 실전 경기 감각 회복 차 더블A 에이크론 에어로스에서 3게임을 뛰었습니다. 3게임을 뛰는 동안 안타는 고작 1개밖에 치지 못했지만(더블A 투수들 실력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4년 만에 다시 맛본 마이너리그의 생활은 그동안 제가 얼마나 행복하고 편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일깨워준 시간들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10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음식도 제가 손을 댈 수조차 없었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먹으면 다른 선수들 먹을 게 모자랄 것 같아서 배고픔을 참고 견뎠습니다. 신인인 루키 때는 월급도 없고 음식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싱글A로 올라가면 식빵과 땅콩잼이 주어집니다. 하이싱글A에선 같은 식빵과 땅콩잼에다 포도나 딸기잼이 추가로 얹히죠. 더블A에선 드디어 고기, 그것도 햄 종류를 맛볼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트리플A 정도 돼야 클럽하우스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이었지만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와, 내가 이전에 이런 데서 야구를 했단 말이야?’라는 간사한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열악했어요. 땀 냄새 나는 라커룸은 너무 비좁아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지경인데도 선수들은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조차도 고마워하는 선수들이 많았으니까요.
많은 선수들이 저한테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해 질문을 해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저 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는데, 그들과 같이 빅리그에서 내려온 선수들에 대해 동경심을 갖고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털어놓는 마이너리그 선수 신분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빅리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마이너리그 마지막 날에는 제가 모든 선수들에게 한 턱 쐈습니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포함해 푸짐한 음식을 주문한 뒤 클럽하우스로 배달시켰는데 정말 선수들이 너무 맛있게, 그리고 고마워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오히려 그들한테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처음 치른 오늘 경기. 결승 타점을 올리는 바람에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전 경기 성적보다 이번 부상을 통해 야구선수로서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처음 부상당했을 때만 해도 80~90%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0%의 재활 가능성을 믿고 마치 도박하는 심정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부상당한 지 일주일 만에 가벼운 스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주 만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것이고요. 이런 초스피드 회복 선수는 쉽게 볼 수 없는 케이스라 팀에서도, 담당 의사도 연신 ‘신기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너무 아무렇지 않아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 지경이니, 제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이 되시죠?
지난 21일간, 경기장을 떠나 있는 시간들 속에서 제가 느낀 점이라면 경기 때 안타를 치고 홈런을 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고 성한 몸으로 그라운드에, 더그아웃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라는 부분이에요.
이전 같은 꼭 쳐야 하는 안타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가슴 졸이고 속상해 하고 야구를 미워했던 추신수였는데 한 번 아프고 나니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죠.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절 기다리는 야구장으로, 선수들이 있는 ‘회사’로 출근하게 됩니다.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 시간들이 절 편안히 잠들게 할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